북부 카팅가 관목지대

흰개미는 땅 속을 파고들면서 흙을 가지고 자기들만의 세상을 건설한다. 흰개미 언덕(termite mound)이라고 하는 이 유명한 서식지는 자연의 신비함을 잘 보여주는 흔적이다.

흰개미 언덕은 보통 가늘고 높은 기둥 모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얕은 언덕 모양으로도 존재한다.

최근 브라질 북부에서 엄청난 규모의 흰개미 언덕 지대가 발견됐다. 무려 2억 개의 흰개미 언덕들이 자기들만의 영토를 구축하고 있는 것.

놀라운 것은 이 지대의 면적 크기로서 무려 23만 km²에 달한다. 이는 약 24만 km²인 영국 영토와 비슷한 수준이다.

흰개미 언덕 ⓒ Roy Funch
흰개미 언덕 ⓒ Roy Funch

이 엄청난 사실을 밝힌 것은 영국 샐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Salford)의 스티븐 마틴(Stephen Martin) 박사다.

그는 일전에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길거리에 쌓여있는 흙무더기들을 발견했다.

그런데 자동차로 20분을 계속 가도 흙무더기가 보였다. 그는 이 흙무더기들이 건설현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동행한 현지인에게서 흰개미 언덕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흰개미 언덕에 관심을 가지게 된 마틴 박사는 이후 브라질 페이라데산타나(Feira de Santana) 대학교의 로이 펀치(Roy Funch) 박사를 만났다. 펀치 박사 역시 흰개미 언덕에 많은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이후 이들은 연구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흰개미 언덕의 영토를 연구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약 4,000년부터 지어진 흰개미 왕국

흰개미 중에서 가장 큰 브라질 흰개미는 길이가 무려 0.5인치(약 1.27cm)나 된다. 이런 거대 흰개미들이 지은 흰개미 언덕은 18m 간격으로 촘촘하게 붙어있다.

연구팀은 이 흰개미 언덕들이 언제 지어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1개 흰개미 언덕의 흙을 채취해 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새로운 흰개미 언덕도 그 역사가 무려 690년이나 됐다.

가장 오래된 것은 적어도 3,82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와 비슷한 나이다.

연구팀은 추정치의 가장 적은 숫자를 선택했기 때문에 실제 나이는 2배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흰개미 언덕 왕국 ⓒ유튜브 동영상 캡처
흰개미 언덕 왕국 ⓒ유튜브 동영상 캡처

더 놀라운 것은 흰개미 언덕의 크기였다. 흰개미 언덕 하나의 높이는 대략 2.5m, 너비는 약 9m에 달했다. 연구팀이 “단일 종이 건설한 가장 거대한 환경엔지니어링”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 19일에 발표됐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거대한 흰개미 왕국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었을까?

바로 이 영역이 ‘카팅가 관목’(Caatinga Scrub) 지대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이다. 우기에는 초록색 잎들로 온통 덮히는 곳이다.

그나마 흰개미 언덕이 잘 보이는 건기는 너무 황량하고, 기온이 높아서 사람들이 자주 가지 않는다. 때문에 과학자들의 발걸음도 뜸했다.

다행히 연구팀은 약 10년 전 건기 때 구글 어스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사진에는 흰개미 언덕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흰개미 언덕의 전체 숫자를 추산해 보았다. 그리고 당시 사진에 찍힌 흰개미 언덕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는 작업도 거쳤다.

그 결과 연구팀은 흰개미 언덕이 약 2억 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흰개미들은 어째서 이렇게 커다란 언덕을 만들었을까? 과학자들은 카팅가 지역의 생태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풍경 중 하나로 자주 꼽히는 카팅가 관목지대는 날씨를 종잡을 수 없는 반(半)건조 지역이다.

연 평균 강수량이 800㎜지만 몇 년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을 때도 있다. 개미에게 중요한 먹이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인데, 우기에 이 나뭇잎이 빗물에 쓸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안전하고 튼튼한 흰개미 언덕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다른 지역에 있는 흰개미 언덕과의 차이점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흰개미 언덕은 기둥처럼 높고 가늘다. 이럴 경우 빗물에 견디기 어렵다.

여왕개미는 아직 발견되지 않아

한편 연구팀은 이 거대한 흰개미 언덕이 일정한 패턴에 따라 들어섰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본래 흰개미 언덕 여러 개가 이웃해서 들어설 경우 서로 경쟁적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카팅가의 흰개미 언덕에서는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터널로 이어져 연결성을 더욱 강화하는 구조를 보였다. 이는 흰개미들이 언덕을 이동할 때 가장 짧은 이동거리를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유사한 것이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서식지다. 척박한 지역에 사는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먹이를 얻기 위해 아주 넓게 굴을 파서 서로 연결한다.

카팅가 관목지대 ⓒ 위키피디아
카팅가 관목지대 ⓒ 위키피디아

이번 발견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종 위성이나 항공장치 등으로 웬만한 이색 지역은 거의 발견되었는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넓은 지역의 생태 현상이 이제야 겨우 파악됐다는 점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놀라워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여왕개미의 은밀한 방이 발견되지 않는 등 이곳을 통해 연구해야 할 자연의 신비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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