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견조한 성장 불구 재정건전성이 변수...중국도 대외변수 우려돼
-일본·유로존·러시아는 부진 빠져나오지 못할 것
-인도는 나홀로 성장 예측돼...에너지가격 예의주시해야
-한국은 내년 2.6% 성장 전망

이재영 KIEP 원장이 2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KIEP-IMF 공동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KIEP)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IMF와 함께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3.5%로 예측했다. 장기 경제침체를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이 여러 요소로 인해 둔해진 결과라는 판단이다.

KIEP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으로 ‘제8차 KIEP-IMF 공동컨퍼런스’를 개최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재영 KIEP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이제 고점을 돌아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통상분쟁의 심화,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 등 하방요인이 가시화되면서 수요·생산·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약화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 역시 2019년에 세계경제가 수요·생산·고용이 선순환하는 힘이 점차 둔화되면서 올해(3.7%)보다 낮은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2019년 2.3%, 유로 지역은 1.8%, 일본 0.8%로 전년도에 비해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좌)과 신흥국(우)의 내년 경제성장률 비교. (자료=KIEP)

미국의 경우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예측되었지만, 재정건전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세입이 줄어드는 추세인 데 비해, 정부지출은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 점을 우려한 결과다. 무역전쟁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는 하나, 내년까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부담을 끼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수출은 부진한 데 비해 에너지 의존도가 심한 점이 문제로 언급되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덩달아 증가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브렉시트와, 이탈리아의 재정 압박에 따르는 정치적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로존의 올해와 내년 실질경제성장률 예측비교(좌)와, 내년 1분기까지의 총수출&수입량(우) 비교. (자료=KIEP)

일본은 첩첩산중이다. 올해 3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아베노믹스가 위기에 처했지만, 내년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으리라 보았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지속되고 있지만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통상법 232조에 맞서 자동차와 부품 산업에 관세를 도입할 가능성도 논의되었다. 안 실장은 여기에 이어 경기 부양을 위한 최후 대책으로 소비세율 증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아베 내각 시절 이미 두 번이나 논의되었다가 연기된 바 있지만, 내년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일본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0.8%로 전망되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률도 국가별로 다소 상이하나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 미 금리인상,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6.3%로 전망된다. 최근 경제구조 개혁으로 경제성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가 변수다. 현재 시점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한만큼, 현 당국이 확장재정 및 통화정책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 리스크도 변수인데, 지방정부서 발행된 채권으로 진행되는 인프라 투자사업은 중앙에서의 부채 문제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이에,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디레버리징(자기자본 대비 차입비율에서 차입비율을 낮추는 것)과 시장 경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인도는 내년 7.3% 성장해 신흥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되었지만, 고유가와 미국의 금리인상이 변수다. 인도 역시 원유 수입량이 엄청날 뿐더러, 대부분의 원유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국내 변수로 최근 수 년간 언급되던, 통화개혁과GST(통합간접세,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개념)의 리스크는 현 모디정부의 리더십 아래 감소할 것이라 전망되었다.

인도의 올해&내년 경제성장률 예측 비교와 에너지&식량가격 변동 예상수치. (자료=KIEP)

기타 신흥국들의 내년 전망 역시 그리 밝지 못하다. 러시아는 경제재제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소비와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상승하며 무역수지는 흑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나, 성장률은 약 1.4% 정도로 예측된다. 브라질의 상황은 러시아와 반대인데, 소비와 투자에 있어서의 진작이 예상된다. 다만 통게에 잡히지 않는 산업 부분에서의 높은 실업률과 낮은 생산성은 이전부터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다. 재정 개혁에서의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불안요소이며, 대외에서의 신뢰도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에 브라질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4%로 전망된다.

브라질의 최근 4년간 실업률(좌)과 GDP 대비 부채 비율(우). (자료=KIEP)

안 실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로 신흥국의 통화가치 약화 및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등이 예상된다고 언급하며, 특히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세계교역이 둔화되면서 대외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점은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한편, 파블로 로페즈-머피 IMF 아시아·태평양국 지역연구실장 이 날 회의에서 아시아 지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5.6%, 5.4%로 여타 지역에 비해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8%, 내년 2.6%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10월 IMF가 발표한 전망치와 같다. 이재영 원장 역시 2019년은 여러 대내외 리스크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규엽 KIEP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규엽 위원은 “디지털 혁신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가 디지털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제품이나 공정혁신을 디지털 혁신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혁신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국제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이에 리카르도 모형에 기초한 분석을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이 세계무역 증가에 기여하지만, 증가된 세계무역은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그 밖에도 이 날 회의에서는 안재빈 서울대학교 교수, 이윤수 서강대학교 교수,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팀장, 김영도 금융연구원 실장, 최혜린 KIEP 부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여 열띤 논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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