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선택과 집중’의 경영패러다임 …무노조경영 등 전근대적 경영철학은 그대로

[데일리비즈온 이동훈 기자] 오는 10일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져 사실상 '식물인간'이 된지 2년. 다시 말해 이재용체제가 들어선지 2년이 된다.

그동안 삼성은 많이 변했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급격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질적 측면에서 변한 것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무노조경영에 제왕적 지배구조 등 전근대적인 경영철학은 온존된 상태다.

이재용 체제는 ‘이병철ㆍ이건희 시대’와는 다른 경영패러다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하는 구도아래 과감한 구조조정은 거의 마무리지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상속세부담을 덜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사업을 떼고, 붙이고, 파는 등의 사업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삼성둥지를 떠났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테크윈 등 8개의 계열사를 매각한데 이어 업무 효율성을 위한 사옥 이전, 실무형 중심의 인력재배치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삼성SDI에 대해 희망퇴직을 통한 대규모 인원감축에 나섰다.

현재 삼성SDI의 인력은 국내 1만1000명, 해외 9000명 등 2만 여명(지난해 9월 기준)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전체 임직원 수로는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2위, 국내 임직원만 따져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이어 3위다.

삼성SDI가 계획 중인 감축 규모는 전체의 11%남짓인 1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20~25년 이상 근속한 부·차장급 직원들로 수익성 낮은 사업 부문부터 인원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2014년 11월 26일,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의 매각·인수를 통해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매각대금은 시장가격으로 1조9천억원대에 달한다. 삼성그룹이 복수의 주요 계열사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매각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4월 29일에는 롯데케미칼이 SDI케미칼을 인수하면서 6개월간 진행된 롯데-삼성 ‘빅딜’도 마무리 지었다. 한화그룹 및 롯데그룹과의 1·2차 빅딜을 통해 화학 및 방위사업 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을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을 공식 출범시켰다. 그룹 내 소규모 사업재편도 이어졌다. 삼성은 화학·방산 부문을 처분함으로써 그룹 구조를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로 단순화 시켰다.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거의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제조 계열사들의 경우 아직도 인력이 중첩되거나 저수익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퇴직 규모는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와병이후 앞으로는 유망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면서 그동안 사업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란 새로운 경영구도로 삼성의 새시대를 열고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회장 3남매는 부친이 쓰러진 후 비공개기업을 증시에 상장하거나 그룹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부를 챙겼다. 삼성SDS 상장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은 초기투자금 103억원의 378배인 3조 900억원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초기투자금 33억 5천만 원의 318배인 1조68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들 3남매의 초고속 재산증식에 대해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하루아침에 벌어들인 '떼돈'은 부당이득 논란을 일으켰고 경영진의 배임행위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측은 이같은 시각에 대해 “삼남내의 주식 취득 과정에서 있었던 경영진의 불법행위(배임)에 대해서는 벌금,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고 사회환원까지 마쳤다”며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이재용의 삼성경영은 외관상으로는 분명 이건희 회장체제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외부에서 국민경제는 물론 삼성을 위해서도 꼭 변할 것을 촉구하는 전근대적인 경영관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일류 삼성을 초일류 글로벌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새 먹거리를 창조하기 위한 변혁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경영철학이 달라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 때처럼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제왕적 지배구조는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삼성이 살길은 끊임없는 혁신과 창조경영이고 그러자면 삼성이 개방성과 유연성, 창의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 회장처럼 ‘황제경영’체제에 안주하는 한 개방성과 유연성, 창의성은 결코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다. 전에 삼성에 근무한 인 임원은 “삼성 조직은 이건희 회장이라는 제왕을 정점으로 수직적 위계질서를 갖고 있다. 윗사람의 눈치를 살펴야 살아남는 조직 풍토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발상이 꽃피겠느냐”며 "이 부회장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런 문화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삼성전자에 근무한 전직 임원은 “현재의 삼성 체질로는 창조나 창의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삼성 조직은 이건희 회장이라는 제왕을 정점으로 수직적 위계질서를 갖고 있다. 윗사람의 눈치를 살펴야 살아남는 조직 풍토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발상이 꽃피겠느냐”고 반문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도 지속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체제가 삼성의 전근대적이고 탈법적인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재용체제가 시작된 지 2년이 됐고 삼성은 '범죄행위'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고 약자 및 노동자와 상생하는 공동체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초일류삼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무노조 기업경영은 노조파괴와 부당노동행위로 대를 잇는 경영철학이 될 수 없다면서  삼성은 더 이상  노조파괴를 위한 '범죄행위'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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