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넷플릭스의 '발리우드' 침공이 가시화되고 있다.

4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지난해 인도 시장 진출 1년 6개월 만에 유료 회원 420만 명을 확보하는 등 인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인도 영화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에 1560억 루피(약 2조5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와 별도로 디지털 미디어 시장 규모는 1190억 루피(약 1조9400억 원)로 추산된다. 여기에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인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억2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거느린 넷플릭스로서는 인도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을 만한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인도인들의 기호가 이미 발리우드만의 '영화 문법'에 길들여져 있다는 점에 있다.

발리우드 영화는 할리우드와 달리 권선징악 구도가 강하고, 춤·노래 등 뮤지컬 같은 효과가 자주 나온다. 남녀 사랑의 묘사 수위도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아직 인도의 경제 수준이 낮은 탓에 저렴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이가 많다는 점도 넷플릭스가 풀어야 할 숙제다. 넷플릭스의 현지 요금(7~12달러) 수준은 인도 평균 케이블 요금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넷플릭스의 다음 가입자 1억 명은 인도에서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넷플릭스는 우선 인도 내 인터넷 설치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년 전 2000만 가구에 불과했던 이 수치는 2년 만에 5000만 가구로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헤이스팅스 CEO는 블룸버그 통신에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경이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가입 가구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넷플릭스의 잠재적 시청자 저변이 더욱 넓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러스트 스토리스'의 한 장면. (이미지=넷플릭스)
영화 '러스트 스토리스'의 한 장면. (이미지=넷플릭스)

이에 맞춰 넷플릭스는 인도인 입맛을 겨냥한 작품을 줄줄이 선보이기로 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올해 두 편의 '인도 시장용' 영화를 내보냈고, 내년에는 17편을 준비할 예정이다. 옴니버스 형태 영화 '러스트 스토리스(Lust stories)'와 인도계 미국인 비크람 찬드라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드라마 시리즈 '세이크리드 게임스(Sacred games)' 등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에 이미 소개된 '러스트 스토리스'에서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짓눌렸던 인도 여성들이 이야기의 주체로 나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은밀한 욕망을 표출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간 발리우드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애정 표현도 등장한다. 인도를 무대로 인도인이 등장해 인도어를 말하지만 할리우드식 화법을 적절하게 가미해 인도 시청자를 공략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드라마 시리즈 '세이크리드 게임스'의 포스터. (이미지=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세이크리드 게임스'의 포스터. (이미지=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아울러 인도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 등의 판권도 사들이며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의 유력 일간지 '더 힌두'는 최근 넷플릭스 특집 기사를 통해 "올해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만 80억 달러(한화 약 8조9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제 인도가 그 (투자) 플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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