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전환사채를 편법으로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가 2015년 11월 5일 발행한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조사하여 줄 것을 금융감독원에게 29일 요청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해당  전환사채 2,050억 원어치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바 있다. 상법상 전환사채는 '신기술의 도입', ‘경영상 목적’ 내지 ‘재무구조 개선’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한 목적이 아닌 지배주주의 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 목적 등을 가지고 발행하는 것은 금지된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그룹이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방어를 위해 편법으로 전환사채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전환사채의 인수자는 이음제2호기업재무안정투자합자회사 등 3곳이었으며, 전환가능 주식수는 총 3,859,768주, 전환가격은 주당 53,112원(약 3개월 후 전환가격이 48,698원으로 조정)이었다. 그런데 현대엘리베이터는 2017년 1월 (관련 공시는 2016.12.28.) 전환사채의 40%에 해당되는 820억원어치(1,686,846주 상당)를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여 조기상환하였고, 같은 날 현정은 회장 및 현대글로벌과 상환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양도(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대글로벌은 현정은 회장이 91.30%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과 합하여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은 2020.10.17.까지 주식매도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각 50%), 매도청구권 거래가액은  78억원(각각 39억원) 이었다.

​현행 상법은 제3자에 대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경영상의 목적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BW등을 통한  대주주의 편법승계가 문제되자,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분리형 BW’의 발행을 금지시켰고 이후 2015년 공모방식의 분리형 BW는 허용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해당 전환사채의 인수가 사실상 '분리형 BW'라며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외관상 현대엘리베이터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이지만, 그 실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회사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사실상 ‘분리형 BW’를 발행하고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만을 현정은 회장등이 인수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초 제3자 배정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였으나 약 1년이 경과한 후 회사는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여 약 40% 상당의 전환사채를 인수하였고, 인수한 자기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을 현대그룹의 지배주주인 현정은 회장 및 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벌과 체결하고 그에 상응하는 프리미엄(각 3,886백만원)을 수취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증권의 주채무자가 상환을 하였을 경우 증권적 법률관계가 완전히 소멸하기 때문에 발행 당시 콜옵션이 설정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소각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기초로 자신이 지정한 제3자에게 다시 콜옵션(주식매도 청구)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 그 대상은 지배주주와 계열사였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법에서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외관을 빌려 지배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기초사실관계가 전혀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엘리베이터 제35회 전환사채 발행은 애초에 ‘경영상 목적’ 내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지배주주의 지분 확대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상장회사의 경우 분리형BW의 사모발행은 금지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경영권 방어 목적을 합당한 경영상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등기이사 회장으로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2015년 말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모두 행사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정은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6.07%에서 28.10%로 증가하는 반면, 제2대 주주이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Schindler Holding AG의 지분은 17.12%에서 14.62%로 지분 희석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모방식의 분리형 BW를 발행한 후 이중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현정은 회장 등이 우회하여 보유하게 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것은 경영권 방어 목적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엘레베이터는 과거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경제개혁연대가 현정은 회장과 전현직 임원들을 상법 신용공여금지 규정 위반으로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2015년 현대증권 매각 논의 당시에도 현대상선이 오릭스그룹과 체결한 현대증권 주식매매 계약이 사실은 현정은 회장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파킹딜(parking-deal)로 의심되는 옵션 계약을 포함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자 오릭스그룹이 인수 취소를 결정한 바 있으며, 이번에 또다시 경영권 유지·방어를 위해 편법적으로 자기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당국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파생상품 규제의 모호한 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위법사실 확인 시 엄중 제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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