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년 사이 중국에서 3차례 대거 유입

아시아인들의 조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것과는 달리, 최근 인류의 이동이나 인류의 혼합에 대한 연구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뼈 조각이나 이빨 혹은 토양 등을 뒤져 흔적을 찾아내는 옛DNA(ancient DNA 줄여서 aDNA)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a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서 동남아시아에 살던 고대 인류의 게놈을 처음으로 전부 분석한 결과, 적어도 이 지역에 지난 5만년 사이 3번에 걸쳐 대규모 인구 유입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번 연구는 세계 전역에서 일어났던 고대 인류의 역동적인 이동의 중요한 또 다른 부분을 보여준다. 이는 고대 유럽의 DNA연구를 비롯해서 근동, 중앙아시아, 태평양 군도 및 아프리카 등에서 잇따라 진행되는 다양한 연구의 하나이다.

 

지난 2007년 베트남에서 인간 유물들을 발굴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유물을 분석했다. Credit: Lorna Tilley,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지난 2007년 베트남에서 인간 유물들을 발굴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유물을 분석했다. Credit: Lorna Tilley,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지난 17일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이면서 하버드 의대(HMS) 옛DNA(aDNA ancient DNA)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히(David Reich) 실험실의 마크 립슨(Mark Lipson)박사는 “세계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 이제 옛DNA분석에 의해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립슨 박사는 “옛DNA 분석기술 기술은 과거에 살던 사람과 지금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기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조상 인구 18명의 유해 분석

하버드 의대와 오스트리아 빈 대학(University of Vienna)연구자들이 주도하는 국제연구팀은 현재의 베트남 지역과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에서 4,100년 전과 1,700년 전 사이에 살았던 18명의 유해에서 DNA를 추출해서 분석했다.

연구팀은 약 45,000년 전 첫 번째 이주가 일어났으며 이들은 수렵채집인이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 후 약 4,500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중국에서 큰 규모의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이들은 동남아시아에 농경법을 도입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렵채집인들과 혼합됐다.

이렇게 혼합된 현재의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오스트로아시아 언어(Austroasiatic languages)를 구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연구자들로 하여금 북쪽에서 내려온 농부들이 초기 오스트로아시아를 구사하는 사람으로 추정하게 했다.

이번 연구는 고고학과 유전학 및 언어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동남아시아 주민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공동 시니어 저자인 빈 대학의 론 핀하시(Ron Pinhasi)는 말했다.

신석기 시대에 이어 청동기 시대에도 이주민의 유입이 있었다. 약 3,000년 전에 중국에서 미얀마로, 2,000년 전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그리고 1,000년 전에 중국에서 태국으로 각각 인구의 유입이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양한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조상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동남아시아에는 지난 45,000년 사이에 크게 3개 종류의 조상 인구가 있었음이 확인됐는데, 이들은 수렵채집인(hunter-gatherers), 초기 농부 그리고 청동기 이주자들이다.

이 같은 인구의 이동은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한 옛DNA 연구에서도 처음으로 나타난 패턴이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유럽에서 고대 선조의 다양성은 사람들이 혼합되면서 시간이 지나며 대부분 희미해졌지만, 동남아시아 인구는 오래 동안 다양한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신석기시대-청동기 시대에도 유입

이 3개의 근원을 가진 사람들의 거의 직접적인 후손들은 동남 아시아 지역에 아직도 살고 있다. 이 중에는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안다만 제도(Andaman Island)에 남아있는 수렵채집인을 포함한다고 이번 연구의 공동 시니어 저자인 데이비드 라이히 교수는 말했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 수렵채집인의 조상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로네시아 언어 사용인구 분포도 ⓒ Wikipedia
오스트로네시아 언어 사용인구 분포도 ⓒ Wikipedia

라이히 교수는 “동남 아시아에서의 현재와 같은 높은 다양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유럽에 비해 동남아시아에 훨씬 최근에 농부들이 도착했다는 사실이 일부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8,000년 전에 농부들이 도착했지만, 동남아시아는 약 4,500년 전에 농부들이 도착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사람들이 혼합되는 시간이 짧았던 것이다.

라이히 교수는 “농부들의 도착과 함께 중요한 인구 이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청동기 시대에 대규모 이동이 있었다”고 라이히 교수는 말했다.

동시에 서부 인도네시아에 사는 고대 인간을 분석해서 발견한 언어적 특징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고대 인간은 오늘날 사용하는 오스트로네시아 언어(Austronesian languages)를 사용하기 보다 오스트로아시아 언어를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타났다고 라이히 교수는 덧붙였다.

결국 오스트로네시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도네시아에 비교적 늦게 도착한 것이다.

오스트로네시아 어족 혹은 남도어족(南島語族)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걸쳐 널리 사용되는 여러 언어 집단이다.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부터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 이스터 섬까지 매우 광활한 지역에 걸쳐 분포한 어족이기도 하다. 주요 언어로 말레이어, 타갈로그어, 말라가시어. 하와이어 등이 있다.

오스트로네이사 어족 사용 인구는 약3억86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4.9%를 차지하는 5번째로 큰 어군이다. 사용 인구수로 따져서 가장 큰 언어는 인도유럽어족(46.3%) 시노티벳어족(20.4%) 니제르-콩코어족(6.9%) 등이다.

오스트로네시아 언어 중 사용자 숫자로 따져서 많은 언어는 말레이어(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자바어, 필리핀 타갈로그어 등이다.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은 1,257개 언어를 포함할 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용자가 소수이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레이어는 2억5천만명이 사용하는 세계 8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언어이다. 오스트로네시아 언어의 근원지는 대만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에 비해 오스트로아시아 어족(Austroasiatic languages)은 동남아시아 본토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이다. 인도 일부, 방글라데시, 네팔과 중국 남방등에서 사용하며, 전체 사용인구숫자는 1억1700만명이다. 오스트로아시아 어족은 168개로 확인되며 크게 몽-크메르(Mon-Khmer)와 문다(Munda)로 분류된다.

2015년에 자동유사판정프로그램(Automated Similarity Judgment Program)을 사용해서 분석한 결과 일본 아이누(Ainu)어는 오스트로아시아 언어로 분류했다.

 

오스트로아시아 언어 사용자 분포도 ⓒWikipedia
오스트로아시아 언어 사용자 분포도 ⓒWikipedia

 

이번에 동남아시아 인구의 유입시기가 밝혀진 것은 aDNA기술의 발전과 매우 관계가 깊다. aDNA는 오래된 표본에서 분리된 DNA를 말한다.

어느 정도로 오래되어야 하는지 명확한 시대 구분은 없지만, 고고학이나 역사적인 해골에서 추출했거가 미라로 변한 조직, 냉동되지 않은 의학샘플의 고문서, 식물 유적 이나 호수 및 바다 침전물,나 영구동토층 중심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퇴화작용 때문에 aDNA는 품질이 낮다.

옛DNA에 대한 연구는 1984년 루스 히구치(Russ Higuchi)와 동료들이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에서 수행한 것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콰가(quagga 황색 얼룩말 비슷한 동물로 지금은 멸종되었음)에서 유전자를 추출해서 분석했다고 발표했다. 그 뒤 2년에 걸쳐 스웨덴 생물학자인 스반테 파보(Svante Pääbo)가 자연 및 인공 미라 샘플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확인됐다.

파보는 이 같은 현상이 비교적 최근의 박물관 샘플에서 뿐 아니라 수천 년 된 인간 미라에서도 명백하게 재현될 수 있다고 확인하면서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이런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것은 박테리아를 복제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나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1980년대 들어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 개발되면서 이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옛DNA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연구는 광범위하게 확대돼 미라, 동물 유적이나 뼈, 혹은 알코올에 넣어 보관된 샘플, 마른 식물 유물, 그리고 최근에는 흙에서 직접 동물과 식물 DNA를 추출하는 연구까지 진행된다.

옛DNA 분석 기술 발달로 고대 유물 연구 급진전

2013년에는 연구자들이 56만 년 전에서 78만 년 전 말에서 DNA의 염기서열을 추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캐나다 유콘지역의 영구동토에 묻혀있다 발견된 다리 뼈를 분석해서 이 같은 성과를 냈다.

2013년에는 독일 연구팀이 30만 년 이상 된 데닝거 곰(Ursus deningeri)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재구성함으로써 옛DNA가 수십 만 년 간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간의 유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과학자들은 미라 조직에서 인간의 옛DNA를 찾아낸다. 얼음에 보관되었던 ‘얼음인간 외치’(Ötzi the Iceman)나 안데스 산맥 높은 지대에서 발견된 미라, 고대 이집트에서 화학적으로 미라 등이 있다.

이 중 이탈리아 볼차노(Bolzano)의 남부티롤 고고학박물관(The 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에 전시된 ‘외치’라고 불리는 얼음인간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라로 추정된다.

이 미라는 이탈리아 북부 티롤지방 알프스산맥 고지대 빙하가 녹으면서 해발 3,200m 지점에서 발견됐다. 발견지명에 따라 외치(Ötzi)라 불린다. 1991년 9월 19일 알프스 산맥을 등반하던 독일인 헬무트와 에리카 시몬(Helmut and Erika Simon)부부는 얼음 눈 속에서 묻힌 냉동 미라를 발견했다. 알프스 만년설이 녹으면서 뼈와 누런 피부가 상반신을 드러낸 것이다.

얼음인간 외치 ⓒ Wikipedia
얼음인간 외치 ⓒ Wikipedia

 

처음에는 조난 당한 등산객으로 생각했지만, 5,300년 전에 살았던 ‘유럽 최고(最古)의 미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치는 165cm 키에 38kg의 체중을 가진 45세 가량의 남자인데 미라의 뼈와 근육에서 aDNA를 뽑아 분석해서 유럽인의 조상으로 드러났다.

외치는 화살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라는 희귀하기 때문에 대부분 인간 aDNA 연구는 많이 발견되는 뼈와 이빨을 통해서 이뤄진다. 최근에는 머리칼로도 확대된다.

2015년에는 과학자들이 데니소바 고인류(Denisovan hominin)에서 나온 DNA를 포함한 11만년된 뼈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연구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사람들의 혼합이 얼마나 복잡하게 일어났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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