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과학자 이룬 서상기 박사

청소년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면서 국가와 인류에 기여하려는 꿈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신라시대 화랑들은 말을 타고 화살을 쏘며 냇가를 다니다가 시를 읊으며 기상을 다졌을 것 같다. 1970년대라면 ‘세계는 넓다’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꿈을 키웠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해외 자유여행으로 배낭여행으로 이런 기상을 기른다.

이제 청소년들에게는 “하늘을 보라”고 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하늘’은 태양계와 은하계와 우주를 말한다. 깊은 밤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은 용기와 희망과 아름다움과 미래에 대한 신비한 꿈을 저절로 심어줄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우주의 꿈을 심어주는 ‘(사)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30년 동안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미래비전이라는 선물을 주기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서상기 총재 ⓒ 심재율
서상기 총재 ⓒ 심재율

 

서상기 박사(72)는 미국 포드 자동차에서 일하다가 정부의 유치계획에 따라 한국 기계연구원으로 귀국한 뒤, 기계연구원장, 대학교수, 국회의원을 거쳐 지금은 우리나라 청소년 과학단체인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총재를 맡고 있다.

그런 서 박사에게 요즘 한 가지 자랑꺼리가 생겼다. ‘3대 과학자’의 원대한 꿈을 달성한 것이다.

3대 과학자 가문 이뤄 

서 박사의 아들 서재명 박사는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 박사의 손자는 최근 미국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박사과정을 밟는 중이다. 브로드 인스티튜트는 하바드 대학, MIT대학과 제휴하고 있는 바이오 의학 관련 연구소이다.

서 박사는 “손자는 바이오 연구를 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3대 과학자의 시초가 된 서 박사는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고 막연히 과학자를 동경했다. 대구 출신의 서 박사는 우장춘 박사 연구소가 동래에 있는 소문을 듣고, 그 연구소 앞에 가서 찍은 사진을 남길 만큼 적극적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들어 내는 것에 흥미를 느껴서 과학자가 되겠다고 한 것 같다.”

서울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뒤 미국 드렉셀 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포드 자동차에서 일하던 서 박사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켜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1년 뒤에 창원 기계연구원으로 들어왔다.

 

우장춘 박사 연구실 앞에서 ⓒ서상기
우장춘 박사 연구실 앞에서 ⓒ서상기

서 박사는 과학자를 비례대표제 의원으로 초청한 첫 번째 케이스로 2004년에 17대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많은 과학자들과는 달리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이어 18대 19대 선출직도 통과했다.

그런 그가 지금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는 ‘사단법인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을 육성하는 일이다. 우주소년단(YAK Young Astronauts Korea)이라는 이름으로 1989년에 시작한 이 단체는 서 박사의 노력으로 법정단체로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2011년부터 YAK 총재를 맡은 서 박사는 의정활동에 몰두하느라 바쁘게 지내다가 “이 조직을 정말 많은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총재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활동비 조차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후원금을 내면서 봉사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심혈을 기울여 한 일이 육성법을 제정하는 일이었다. YAK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전국에 5만여명의 학생회원과 3천명의 교사 회원이 있지만, 매년 예산을 따내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해 서 박사의 노력으로 2015년 탄생한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YAK는 마침내 법정단체가 되었다. 매년 예산을 타내는 대신 법에 의해 정기적으로 예산이 편성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법이 시행되지는 않는 상황. 서 박사는 내년에 YAK 설립 30주년을 맞아 제2의 확실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서 박사는 “청소년의 과학기술 및 우주에 대한 관심을 육성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는 단체가 별로 보이지 않아요. YAK 역할이 굉장히 크고 해야 할 일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한글의 과학화 세계화도 추진키로 

서 박사는 이와 함께 2019년 설립 30주년 행사를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시대상황에 맞게 인문, 사회, 문화와의 융합 콘텐트를 대거 선보이고, 국제화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계획이다. 해외 기관과의 협력을 비롯해서 재외한인과학자들의 참여도 유도할 생각이다.

앞으로 YAK는 대형화 · 국제화 · 다양화 · 융복합이라는 커다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다양화하면서 융복합 하는 방향의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이면서 우리 국민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유산인 한글 관련 사업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서상기 박사가 미국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손자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 서상기
서상기 박사가 미국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손자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 서상기

서 박사는 “이때까지 우리가 세운 건물이 몇 십 년 갈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몇 백 년 갈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고 말했다.

과학우주청소년단은 시대흐름에 맞게 어린이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데다, 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과학를 동경하는 어린이 숫자는 산술적으로 줄어든다. 이 추세를 바꿔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과학에 재능있는 청소년들이 계속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어릴 때 부터 교육시키면서 관심과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3대 과학자 가문은 많지 않다. 우선 ‘1세대 과학자’가 등장한 시기가 아직은 얼마되지 않는다. 서 박사만 하더라도 청소년 시절에 ‘과학자’로서 보고 배울 인물이 주변에는 거의 없었다. 과학자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끈기있게 집념을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서 박사에게 과학기술이 국제적인 수준에 오르려면 ‘수월성’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과학자 개인들은 물론이고, 교육이나 국가정책이 세계 과학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나 국가적인 전략 및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창의적 사고와 강인한 정신력,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세계평화를 구현하고 인간의 삶의질을 개선하며 국가과학 발전을 실현하는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목표를 가진 YAK는 이제 제2의 도약으로 뛰어오를 것이다.

 

2014년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열린 루게릭 환자 지원’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도전한 서상기 생활체육회장 ⓒ 서상기
2014년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서 열린 루게릭 환자 지원’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도전한 서상기 생활체육회장 ⓒ 서상기

서 박사는 이러한 수월성 교육을 위해서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연구 기관인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개발한 수학영재교육 프로그램의 국내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 보다 20세는 젊어 보이는 서 박사는 국민생활체육회 회장도 역임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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