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단체 어버이연합지원으로 대한상의가 대표 경제댠체로 입지 굳혀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재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로서 정치문제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극우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이하 어버이연합)을 지원한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진실을 밝히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가 경제단체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입을 닫고 해외로 튀는 전경련이 과연 필요한 경제단체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어버이연합게이트’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날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실을 밝혀야 할 전경련은 어찌된 영문인지 입을 꼭 닫은 채 이 사건에 관해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5억 원대 자금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송금을 결재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얼마 전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최근 귀국했지만 송금배경, 과정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한·미재계회의 중간회의 참석 등을 위해 26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가 최근에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어버이연합 지원문제의 결재권자라는 점에서 그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는지, 아니면 허창수 회장에 보고, 승인을 받은 후에 송금했는지 등에서도 밝히지 않아 의혹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허창수 회장도 골치아픈 문제라는 등 이 사건에는 입을 벙긋하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30일 경기 여주시 하거동 남여주골프클럽에서 열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장 골프회동에 참석해 행사도중 어버이연합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결재권자로 단독으로 결정해 비상근인 허 회장이 외부단체 지원사항은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이 돈을 보내기 전에 허 회장의 승인을 받았지만 허 회장이 이를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경련이 관제데모를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단체에 돈을 지원한 이번 정치개입사건으로 인해 재벌의 권익단체로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매년 열리는 정기 회장단 회의에서는 수년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참석률로 전경련 회원들의 결속력이 크게 이완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회원사들의 전경련 참여도를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열린 전경련 정기 회장단 회의 당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그룹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단 한 명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단체지원 문제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전경련이 극우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거액을 지원한 사건은 회원사 상호간의 결속력 증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게이트로 전경련이 대표적인 경제단체 자리를 사실상 대한상의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과는 대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온 대한상의가 지난달 25일 소비 촉진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어린이날(5월 5일) 다음 날인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이달 6일에 열린 국무무회의에서 5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는 대한상의가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잘 판단해 경제단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좋은 본보기라면서 경제단체로서의 대표자리를 확고하게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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