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선정한 구조조정대상은 14개사… 대형 9개사는 이자보상비율 마이너스 상태

[러브즈뷰티 이서준 기자] 건설업계에서는 어느 기업이 구조조정대상에 오를까. 조선·해운업을 필두로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에 부실기업이 많은 건설업종도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과연 어떤 기업에 조정의 메스가 가해질는지가 주목되고 있다.

25일 금융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대상 5개 취약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건설업종에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이른바 좀비업체가 가장 많아 구조조정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건설업체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연결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이른바 건설한계기업은 9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을 단행치 않고서는 정상적인 경영을 기대하기 어려워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부실기업들이다.

대형건설사 중에는 동부건설, 한라, SK건설, 알파돔시티, 한화건설, 쌍용건설, KCC건설, 두산건설, 경남기업 등이 해당된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해외 저가 수주 등의 문제가 줄어들면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14개 건설사(C등급 2개·D등급 12개, 명단 미공개)에 대해서도 퇴출이냐, 존속이냐를 가려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알파돔시티와 경남기업은 그동안 부실심화로 자본이 모두 바닥나고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상태로 접어든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회사를 정상적으로 꾸려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부실건설사 중에서도 쌍용건설의 경우 아직은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낮아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외국인에게 매각된 뒤 현재 빠른 회생을 보이고 있다. 쌍용건설의 이자보상비율은 -29.65로 영업 손실을 내 이자를 보상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거쳐 지난해 외국계 투자자에게 매각됐던 쌍용건설이 최근 한 달 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싱가포르에서 19억 달러(2조3천억 원) 상당에 이르는 4건의 대형 공사를 연이어 따내는 등 글로벌 건설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별도의 구조조정이 필요치 않는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두바이 투자청이라는 새 주인을 맞아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쌍용건설 말고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은 알파돔시티(2013년-1.01, 2014년 2015년-0.97, -0.57), 경남기업(-2.08, -1.81, -3.51), 동부건설(-1.00, -3.53, -1.90) 등 4개사다. 이들 기업은 매물로 나와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구조조정으로 흡수합병이나 청산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몇 해 전 탄현의 주상복합빌딩사업으로 큰 손실을 본 두산건설(-1.05), 한화건설(-4.64), KCC건설(-7.69)과 삼성엔지니어링(-48.0) 등도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해당그룹과 채권단은 현재 기업의 특성에 맞춰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3년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자금수혈을 받은 것과 함께 HRSG사업부를 양도받았다. 당시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영업권을 넘겨받은 HRSG사업부는 매년 영업이익률만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 부서로 유동성위기 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그럼에도 순차입금이 1조3000억 원에 이르고 지난해 매출감소, 대손 상각, 사업부문 조정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16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유동성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올해 초 부임한 박정원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경영정상화여부가 주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5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자기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으나 올 초 유상증자에 성공하고 그룹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고려개발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지난 1월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차등 감자와 1200억 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했다.

한화건설은 2014년 영업 손실 4110억원을 낸 데 이어 지난해 말에도 4400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보유 중인 한화생명보험 주식 3058만5795주(2000억3100만원)을 한화건설에 처분하고 매각 대금 전액을 한화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해 상환우선주(RCPS) 70만1800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한화건설은 자기자본이 2000억 원 늘어나는 증자 효과를 보게 됐다.

동부건설과 경남기업은 이미 법정관리 중이다. 동부건설은 내달 본 입찰을 앞두고 있고, 경남기업은 이달 말 매각공고 이후 매각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호조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많이 회복됐으나 아직도 해외부문에서 적자폭이 커 경영난은 지속되고 있다”며 “자구노력이나 그룹의 지원으로 경영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 아직도 유동성위기에 빠져있는 일부 대형사나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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