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은 부실의 늪서 허우적 ,구조조정도 지지부진 …회장과 사장간의 파열음은 경영난 가중

▲ 포스코 권오준 회장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포스코의 경영위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해외사업의 눈덩이 손실은 지속되고 있으며 이런 적자구조는 당분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게다가 개혁효과도 미미하다. 권 오준 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이 망가뜨려놓은 포스코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그 실천정도나 효과가 미미하다. 그래서 권 회장의 개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임기를 1년 정도 앞둔 시점에서 벌써부터 연임이 물 건너갔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포스코를 이끄는 최고경영진 간의 불협화음이다. 권회장의 전문경영인의 능력에서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낙하산’으로 알려진 황은연 사장이 차기 회장자리를 노리며 정치권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최고 경영진간에 갈등과 불신이 이미 깊숙히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를 다시 반석위에 올려놓기 위해 최고 경영진이 뜻을 합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자리다툼이나 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고 보면 포스코의 위기탈출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죽 쓰는' 해외사업…적자는 해마다 눈덩이

포스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해외사업이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는 포스코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 지난 2년간 포스코 해외계열사는 무려 1조4487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사실 대부분의 포스코 해외계열사들이 부실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 포스코 해외계열사 171개사 중 124개가 지난해 1조3963억원의 적자를 냈다. 47개 계열사만 가까스로 흑자를 냈으나 그 규모는 1489억원에 그쳤다. 결국 해외 계열사 전체의 적자규모는 1조2645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계열사중에서 가장 골칫거리는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크라카타우포스코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 70%,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 30% 지분으로 지난 2010년에 설립된 동남아시아 최초 일관 제철소다. 주요 판매제품은 슬래브와 후판 등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설립이래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가 3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한 회사이지만 지난 2012년 291억원, 2013년 419억원, 2014년 2508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4225억원의 손실을 냈다.

크라카타우포스코가 포스코를 휘청거리게 하는 대규모 적자회사로 둔갑한 주요원인은 주생산제품이 범용재이고 이 제품 위주의 영업과 과다한 원료비중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범용재는 물론 일본 등과 동남아시장세서 경쟁하면서 취약한 가격경쟁력으로 남는 것이 거의 없어 적자만 누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포스코측은 경영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을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지않다. 권 회장은 최근 정기주총에서 인도네시아 법인을 정리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측과 협의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혓다. 하지만  그 방안이 거대 부실을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공장을 흑자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국내계열사들의 적자경영도 포스코의 경영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소재‧에너지사업 부문 국내계열사들이 낸 적자규모는 무려 8000억원에 달했다.

계열사중 대표적인 적자경영사는 포스코엠텍과  포스코ICT다. 포스코ICT의 경우 지난해 개별기준 796억3500만원의 적자를 냈고 매출액도 1조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권 회장이 취임직후 '혁신 포스코 1.0'이라는 기치아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실증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엉뚱하게 알짜기업 팔기도

권 회장의 개혁도 포스코를 구출하는데 별로 효험이 없었다. 권 회장은 취임 후 창사이래 최대 경영위기에 빠진 포스코를 살리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문어발식 기업확장에서 초래된 방만한 사업을 재편하고 돈이 말라 급여지급을 걱정할 정도로 악화된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을 개혁의 핵심으로 잡았다.

하지만 개혁이 시동을 건지 2년이 됐지만 구조조정은 지지부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94건의 국내외 해외법인 정리안은 대부분 실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19개 계열사를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기준으로 한 자구안 실천비율은 고작 20%선에 이르고 있는 수준이다.

그룹내 정리대상 1순위일 정도로 부실규모가 큰 포스코플랜텍의 경우 정리보다는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유상증자 등으로 6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 부실기업은 결국 운명을 채권단에 맡기는 워크아웃의 길을 택해 거액의 자금수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격이되고 말았다.

계열사 정리과정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를 내다 파는 우를 범한 점이다. 세아베스틸에 매각된 포스코특수강의 경우 세아베스틸과 특수강 시장을 양분하며 스테인리스선재와 봉강 시장에서 60%대의 점유율을 보이는 노른자 기업인데도 매각이라는 패착을 뒀다고 할 수 있다.

권 회장의 개혁실패는 한마디로 지난해 포스코의 경영성적이 잘 말해준다.  포스코는 지난해 회계연도 연결 기준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간으로 적자를 기록한 건 4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매출액(58조1920억원)과 영업이익(2조4100억원)도 각각 10.6%, 25% 감소했다.20%를 넘어서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조강생산량 순위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때 ‘세계 빅3 철강사’라는 영광을 안은 포스코가 지난해 는 세계 철강업체 조강생산량 순위에서 포스코는 중국 우한강철(3930만t)에 이어 6위에 랭크되는데 그쳤다.

벌써부터 제기되는 권 회장의 '레임덕' 논란 

포스코가 위기를 탈출하는데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회장과 사장간의 불화 내지는 갈등관계라는 지적이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놓고 있지만 벌써부터 ‘레임덕’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차기회장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고경영진간의 심기가 서로 불편한 상황에서 불협화음이 자주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두 최고 경영자는 경영능력에서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과 출신인 권오준 회장이 경영능력문제가 자주 거론돼온 터에 황 사장에 대한 포스코 안팎의 신뢰도도 높은 편이 아니다. 그는 경영능력보다는 외부 인맥이 발탁의 바탕이 됐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 면에서 두사람이 '위기의 포스코'를 회생시킬 경영능력을 갖췄는지는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자리를 놓고 갈등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황 사장은 경영능력보다는 외부 인맥이 발탁의 바탕이 됐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의 전언이고 보면 '위기의 포스코'를 회생시킬 경영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이 따르고 있다. 지난달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황 사장이 등기이사에 추천받지 못하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황 사장이 차기회장자리 경쟁구도에서 완전히 밀렸다고 볼 수 없다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차기 포스코 회장자리를 놓고 외풍이 거셀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포스코는 경영능력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두 최고 경영자가 수면아래서는 회장자리 차지하기에 골몰하는 모습으로 외부에 비쳐지고 있다.

두 최고경영자가똘 똘 뭉쳐 위기타개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판에 자리다툼에만 눈이멀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암투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사력의 낭비를 초래 '위기의 포스코' 가속화시킬 따름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