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연구팀 생쥐 실험에서 발견

 

어둠침침하고 으슥한 뒷골목을 걸어갈 때 손바닥에 땀이 난 적이 있다면, 산길 오두막 집 담장을 90도로 꺾어 안 보이는 곳으로 들어설 때 초조함을 느낀다면, ‘염려’에 시달린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상황을 부풀려서 발생하지 않을 위협을 걱정하는 염려는 사람들의 생활을 문제투성이의 가시밭길로 인도한다.

이 염려를 붙잡아매는 방법은 없을까? 생쥐에게는 어느 정도 가능한 방법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생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쥐의 뇌에 있는 ‘염려세포’(anxiety cell)의 활동이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염려세포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줄였더니 반대로 생쥐는 염려를 누르고 용감한 탐험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활성화 된 생쥐 뇌의 염려세포 ⓒ Lab of Rene Hen, Columbia University Irving Medical Center

과학자들은 생쥐에게 찾아낸 염려세포를 인간의 뇌에서도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난다면 ‘염려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간에게도 염려세포 있을 듯

미국 컬럼비아 대학 어빙메디컬센터(CUIMC)와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UCSF)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염려세포’를 발견했다고 뉴론(Neuron) 저널에 발표했다.

컬럼비아대학 심리학교수인 르네 헨(Rene Hen) 박사는 “생쥐 두뇌의 해마에서 이 염려세포를 발견했는데, 이 염려세포가 아마도 인간의 두뇌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헨 박사는 “우리가 이 세포를 ‘염려세포’라고 부르는 것은 이 세포는 생쥐들이 위협을 받는 장소에 있을 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염려세포가 작동하면, 두뇌의 다른 부분에 경고신호가 전달되면서 생쥐는 대응행동 모드에 들어간다. 생쥐는 위험지역을 피하거나 안전한 지역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뇌 세포들이 염려할 상황이 닥치면, 어떤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세포는 가장 직접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다르다.

연구팀은 해마 영역에서 일어나는 뇌세포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실험실 생쥐의 뇌에 작은 현미경을 삽입하는 ‘칼슘이미징’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그리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특수한 미로로 생쥐를 지나가게 했다.

미로의 안전한 지역을 지나다가, 공포심을 유발하는 곳에 이르면, 생쥐 해마의 vCA1 구역이 작동했다. 더 많은 염려꺼리가 생길수록 이 부분의 신경세포는 활발해졌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연구팀이 염려세포를 조절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서 vCA1에 있는 세포에 빛을 쬐었더니, 염려세포가 잠잠해졌다. 생쥐는 염려에서 해방돼 미로를 적극적으로 탐험하려 들었다.

염려조절약이 나올 수 있을까? ⓒ Pixabay

염려조절약이 나올 수 있을까? ⓒ Pixabay

더구나 이 조절스위치는 한쪽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반대로 빛을 조절함으로써 염려세포의 활동을 높일 수 있었다. 생쥐들은 벽에 둘러쌓인 안전한 곳에 있을 때에도 두려움에 떨었다.

다음 단계로는 이와 똑같은 조절스위치가 인간의 염려를 조절할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의 심리학 조교수인 마젠 키히르베(Mazen Kheirbek)는 “이번 연구는 염려할 상황이 닥쳤을 때, 두뇌의 더 높은 영역으로 신호가 들어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반응하는 지름길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염려세포의 분자적인 특징 밝혀야

주저자인 컬럼비아 대학의 제시카 히메네즈(Jessica Jimenez) 박사는 “이 세포를 발견함으로써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치료법을 탐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뇌에서 해마 구역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생쥐나 사람에게 다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동시에 해마가 감정을 조절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염려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는 분자적으로 다른지를 조사하고 있다. 만약 염려세포가 다른 주변 세포와 구별하는 특별한 수용체를 가졌다면, 염려를 줄여주는 새로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헨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염려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성인 5명 중 한명 꼴로 염려에 시달린다.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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