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 안 된 방의 난방기구 역할’ 주장

세포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매우 독특하고 신비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닉 레인(Nick Lane)박사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에 들어옴으로써 단세포가 발달해서 고등생물로 발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미토콘드리아를 숨겨진 세상의 지배자로 꼽기도 한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가 50°C가 될 만큼 뜨겁고도 뜨겁다는 주장이 나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의 신체 온도는 대략 37.5°C이며, 이 온도에서 거의 대부분의 생리적인 현상이 진행된다.

이 체온에서 1~2°C만 오르내려도 엄청난 재앙이 닥친다. 그런데 무려 50°C에서 가동한다고 하니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왼쪽은 세포핵(N)과 미토콘드리아(노랑-빨강)을 나타내며 오른쪽은 라디에이터 같은 미토콘드리아의 그림이다. ⓒ Left: Malgorzata Rak; Right: Terrence G. Frey

지난 25일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CNRS) 피에르 뤼스탱 (Pierre Rustin)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이같이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국제연구팀은 포스텍의 장영태 교수와 순천대 하형호 교수 등 2명의 한국인 과학자가 포함되어 있다.

너무 근본적인 주장, 별도 논문 실어 논점 정리    

플로스 생물학 저널은 이번 연구결과가 너무나 획기적인 내용을 주장하기 때문에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영국 UCL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닉 레인(Nick Lane) 교수의 의견을 담은 별도의 논문을 함께 실었다.

닉 레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화 생물에너지학 전문가로서 그가 쓴 ‘미토콘드리아’와 ‘산소’는 진화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 저서로 유명하다.

인체는 내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물 연소의 마지막 단계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발전소 역할을 한다. 한 세포 안에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2개의 막으로 둘러싸여 세포안에서 별도로 움직이는 미토콘드리아 안에서는 매우 복잡한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40%는 화합물인 ATP형태로 배출되는데 ATP는 심장박동이나 두뇌활동 혹은 근육활동 등에 이용된다. 나머지 60%의 에너지는 열로 사라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러한 ATP 생산과정을 세포호흡이라 하기도 하며 호흡이 활발히 일어날수록 활성화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신호전달, 세포분화, 세포사멸 등과 같은 다양한 조절에 관여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체는 단열이 잘 안 되는 방과 같으며, 인체가 지속적으로 37.5°C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가 방안 난방기구처럼 주변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를 내야 한다’고 설명하는 셈이다.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는 피에르 뤼스탱 박사는 미토콘드리아의 온도를 쟀다. 연구팀은 인간의 콩팥세포와 피부세포를 접시에서 배양하고 38°C에서 유지했다. 이 세포안으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형광 염료를 주입했다.

과학자들이 ‘분자온도계’(Mito Thermo Yellow)라고 부른 이 형광 염료는 온도가 떨어지면 빛을 낸다.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되면, 이 형광염료는 어두워진다. 이런 실험을 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안의 온도는 7°C에서 12°C 사이 평균 10°C 정도 높아졌다고 논문에서 발표했다.

이렇게 높은 온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이 멈췄을 때 사라졌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효소가 50°C에 가까웠을 때 최적의 상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닉 레인 교수는 “이번 결과가 아주 흥분되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닉 레인은 “이것은 정말 근본적인 주장인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중요한 것을 어떻게 지금까지 모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닉 레인 교수는 분자온도계로 이용한 ‘Mito Thermo Yellow’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작은 세계에서 온도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레인 교수는 “온도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결론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미토콘드리아 안에서의 분자온도계의 정확한 행동과 정확한 위치 등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광 염료가 열에 반응하지만, 염료는 운동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열과 분자 운동 사이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염료가 이 같은 차이를 정확히 반영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레인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레인 교수는 “10°C라는 온도 차이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지만,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도가 생물학의 중심 주제로 다시 등장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과학자와 의사들은 효소의 활동, 미토콘드리아를 둘러싼 막의 투과성, 미토콘드리아가 연관된 질병, 독성이나 약의 효과 등은 모두 37.5°C를 기본으로 생각해왔다. 37.5°C은 인간의 체온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토콘드리아의 온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더욱 건강한 인체의 유지와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온도에 맞게 기본 개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닉 레인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을 표현했다. 레인 교수는 “열은 생물학에서 유행을 지난 것으로 여겨졌다. 새 논문의 주장이 모두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열 발생과 분배에 대한 것은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 중요한 주제를 원래 있어야 할 중심 무대로 다시 가져왔다”고 높게 평가했다.

미토콘드리아가 열을 발생하는 발전소이며,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의 다른 부분 사이에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 차이가 대략 수백 분의 1°C나 수천 분의 1°C 차이 정도로 아주 미미하다고 여겨졌다.

이에 대해서 뤼스탱 박사는 “과거의 수치는 미토콘드리아 구조의 모델링을 축소된 형태로 했기 때문에 나온 추정치”라고 말했다.

미토톤드리아는 지느러미가 달린 라디에이터 같은 돌기가 겹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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