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그린 얼굴보다 2.8% 단축 효과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아주 유명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다. 1969년 MBC방송 개국 직후 시작해 16년동안 장수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정말 웃으면 복이 오는 것일까? 스포츠에서도 과연 이 말은 통할까? 달리기 선수들이 원하는 복은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연구는 웃으면 기록이 단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리기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동안 지구력을 유지하면서 빨리 달리느냐이다. 이는 생리학적인 요소와 심리학적인 요소로 이루어진다.

생리학적인 요소는 심장혈관의 적합도와 선수가 얼마나 자신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운동 경제)등을 포함한다.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심리학적인 요소는 달리는 동안 얼마나 힘들다고 느끼는가 하는 것이다.

육상선수가 달리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줄일 수 있다면, 기록은 분명 좋아질 것이다. 그 중 가장 좋은 전략은 달리면서 얼굴표정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것, 다시 말해 진심을 다 해 웃는 것이다.

웃으며 달리면 빨라진다. ⓒ Pixabay

최고의 달리기 선수들은 경기 중 긴장을 풀기 위해 전략적으로 웃는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 같은 선수는 경기중 긴장을 풀기위해 계속 웃는다.

킵초게는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마라톤에서 2시간 8분대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킵초게는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대회 5000m에서 각각 동메달, 은메달을 딴 중장거리 선수였으나, “선수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해서” 2013년 마라톤으로 전향해서 성공했다.

그렇다면 운동선수가 피로가 극도로 심할 때 의도적으로 웃음을 짓는 것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연구팀은 24명의 클럽 달리기 선수들에게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실험을 벌였다. 실험에 참가한 선수들은 6분 동안 계속 달리다가 2분을 쉬고 또 6분 달리기를 4번에 걸쳐 했다.

달리기 선수 24명 러닝머신에서 측정   

달릴 때 마다 참가자들은 웃음을 짓거나, 찡그리거나, 의도적으로 손이나 상체의 긴장을 풀려고 하거나(과자를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잡는 상상을 함) 혹은 보통처럼 정상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호흡마스크를 씌워 얼마나 많은 산소를 소비하는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측정했다. 그리고 6분씩 달리기를 마칠 때 마다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힘들다고 느꼈는지 숫자로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그랬더니 참가자들은 웃을 때 가장 경제적으로, 다시 말해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달렸다. 웃을 때가 찡그릴 때에 비해서 2.8% 경제적이었으며, 평소와 같이 달렸을 때에 비해서는 2.2% 경제적이었다. 이 같은 감소는 의미있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치이다.

영국 울스터 대학(Ulster University)에서 운동심리학을 강의하는 노엘 브릭(Noel Brick)은 이 실험결과를 ‘스포츠 및 훈련 심리학’(Psychology of Sport and Exercise) 저널 1월호에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웃을 때나 팔과 상체의 긴장을 풀려고 할 때 보다 찡그릴 때 더 힘들다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이 같은 결과는 웃음이 아마도 힘을 덜 들이고 달리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결국 웃으면 경제적으로 달릴 수 있을 뿐 더러 달리는 동안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 준다. 반대로 찡그리면 긴장이 높아지면서 달리기는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오래동안 웃음을 짓고 있어야 할까. 킵초게처럼 30초 마다 한 번씩 주기적으로 웃어야 할까 아니면 이번 연구에서처럼 계속 웃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두 번째 질문은 웃음이 사이클링이나 조정 같은 운동에서도 통할까? 마지막 질문은 단순한 긴장완화 동작이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부서지기 쉬운 과자를 만지는 상상을 하는 것같은 동작이 효과적인 달리기를 도와줄까에 대한 것이다.

어떤 미소를 지어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입주변 근육만 웃는 시늉을 하는 의례적인 웃음 보다, 진짜 즐거울 때 나오는 ‘뒤센 미소’를 지어야 더 효과적이다.

19세기 생리학자인 기욤 뒤센(Guillaume Duchenne)의 이름을 딴 뒤센미소는 입과 함께 눈도 웃는 웃음이다.

웃을 때는 화끈하게 ⓒ Pixabay

웃을 때는 화끈하게 ⓒ Pixabay

광대뼈와 입술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과 입술가장자리 근육인 구륜근은 물론이고, 반드시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이 사용되어야만 한다. 안륜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운 근육이다

과학자들은 뒤센 미소와 가짜 미소가 두뇌의 전혀 다른 두 부분에 의해 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헬로’ 할 때나 사진을 찍을 때 ‘김치~’하면서 짓는 의례적인 미소는 두뇌의 운동피질에 의해서 조절되지만, 감정과 연결된 뒤센미소를 지을때는 두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둘레계통 (혹은 대뇌변연계 大腦邊緣系 limbic system)을 사용한다.

웃으면 달리기 기록이 좋아진다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마라토너로인 킵초게는 30초 마다 주기적으로 웃음을 지으며 달리기로 유명하다.

킵초게는 마라톤에서 2시간 벽을 깨는 실험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 2017년 5월 5일 킵초게는 나이키가 진행한 2미터 벽 깨기 마라톤에 도전했다.

장소는 F1 경기장이 있는 이탈리아 몬자(Monza)의 국립 몬자 자동차경기장(Autodromo Nazionale Monza)이었다. 2미터 벽 깨기 실험은 이 경기장의 1.5마일(약 2.4km)짜리 서킷을 도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웃으며 달리는 킵초게, 2시간 벽 깨기 실험 벌여    

역사상 가장 빠른 마라톤 기록은 2014년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데니스 키프루토 키메토(케냐)가 수립한 2시간 2분 57초이다.

킵초게는 여기에서 2.4%의 기록향상인 3분 정도를 단축해서 2시간 벽을 깨려고 했다. ‘브레이킹 2’ (Breaking2)라는 이 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현장에 800명이 보였으며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킵초게는 2시간 26초 만에 뛰었으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공인을 받지 못했다. 나이키 등 행사 주최 측은 기록단축을 유도하기 위해 2명의 페이스 메이커를 레이스 도중에 투입했다. 2013년과 2015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렐리사 데시사(에티오피아)와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8분 23초) 보유자인 저세네이 타디스(에리트레아)이다.

일정 거리에 배치된 급수대에서 목을 축이는 일반 대회와 달리 전기 모터 자전거를 탄 이들의 도움을 받아 물을 마신 것도 규정에 맞지 않았다.

킵초게는 2.4㎞ 서킷을 17바퀴 반 도는 레이스에서 전반을 59분 54초에 주파했으나, 후반부 페이스 하락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라톤 2시간 벽을 깰 수 있다는 주장은 1991년에 본격적으로 나왔다. 미국의 내과의사인 마이클 조이너(Michael Joyner)는 완벽한 선수가 완벽한 조건에서 완벽하게 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57분 58초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첫 번째 올림픽인 1896에서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3시간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나마 당시 거리는 1921년에 기준으로 정한 26.2마일이 아닌 25마일이었다. 그 뒤 100여년 동안 마라톤 기록은 10년간 5분씩 떨어졌다.

1991년 세계최고기록이 2시간 6분 5초였을 때 마이클 조이너는 응용생리학저널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2시간 돌파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실은 논문을 발표했다.

2시간벽 돌파는 신발회사들의 경주이기도 하다. 나이키의 최대 경쟁회사인 아디다스의 신발디자이너인 앤디 바르(Andy Barr)는 2011년 2시간 벽 깨기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런던마라톤 대회  ⓒ Pixabay

런던마라톤 대회 ⓒ Pixabay

영국 브라이튼 대학(University of Brighton)의 얀니스 피칠라디스(Yannis Pitsiladis)는 2시간 벽 깨기 프로젝트에 3천만 달러를 모금한다고 발표했다.

킵초게가 주인공이 된 마라톤 실험은 마라토너들이 어떤 형태를 유지하고 달릴 때 효과가 좋은지도 분석했다. 운동선수를 위한 가장 큰 풍동시설이 있는 뉴햄프셔의 흐름물리학시설(Flow Physics Facility)을 이용했다.

4백 마력의 팬 2개가 설치된 실험실에서 연구팀은 러닝 머신에서 달리는 선수들의 산소량과 심장박동수를 측정했다.

과학자들은 6명이 화살모양의 대형으로 바짝 붙어서 달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으로 달릴 수 있는 형태임을 발견했다. 6명의 가장 뒤쪽에 있는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2.5%의 경사진 언덕을 내려가는 것과 같다고 와이어드(Weird) 는 2017년 7월호는 보도했다.

킵초게는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나 단거리의 우샤인 볼트처럼 뛰어난 생리학적인 특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감이 강할 뿐 더러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로 킵초게는 한번은 이렇게 말했다고 와이어드는 보도했다.

“달리는 것은 다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심장과 마음이죠.”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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