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심하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바다이야기를 인용하며 거래소 폐쇄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 후 일주일도 안 되어 청와대의 국민청원에 20만 명의 참여자가 나서는 등 폐쇄하겠다는 정책은 투자자의 집단항의에 물러나 지금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속으론 골치 아프고 통제 안 되는 물건 그냥 없애버렸으면 하는 눈친데 올해 선거영향도 있고 만만치가 않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암호화폐가 단지 골치 아프고 위험해서 없애면 좋은 것일까?

바다이야기와 암호화폐는 투기를 진정시키겠다는 초기 대응 시간이 늦은 점은 비슷하나 핵심적인 부분이 서로 다르다. 바다이야기가 게임을 구동하는 적당한 프로그램과 승률 조작을 통해 피해자만 양산하고 운영업자들의 배만 불린 도박프로그램 그 자체였다면 암호화폐는 처음부터 화폐로서의 여러 가지 특징을 기획하여 디자인한 것이어서 교환성, 저장성, 유통성과 희소성 등 현행화폐의 여러 가지 장점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반영되어 그 복제가능성이 현행화폐의 위조보다 어렵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어떤 나라도 실제적으로 현행화폐를 암호화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사실이다. 동전이나 지폐의 경우 현물 화폐로서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의 정도가 심하여 암호화폐 같은 새로운 지불수단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란 뜻이다. 새로운 화폐로서의 수요도 많지 않은데다가 암호화폐 특징의 하나인 익명성에서 오는 투기적, 불법적인 수요가 몰려서 최근의 바다이야기 같은 오명을 듣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암호화폐를 어둠의 자식쯤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바다이야기 등에 빗대어 없애버린다는 간단한 논리는 우려스럽다.

오히려 필자는 바다이야기보다 막 PC방이 시작되던 96년, 97년이 회상된다. 당시 게임은 청소년들의 심리에 폭력을 유발하고 사회적으로는 단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라고 비판하는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비판 뉴스 뒤에는 의례히 강력한 규제책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그런 뉘앙스의 뉴스는 거의 없다.

게임 산업의 규모는 2017년 11조원을 돌파했고 오늘날 연예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류문화컨텐츠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우려스럽던 PC방이 기초가 되어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인터넷 기반 산업이 성장했던 것이다. 만약 이때 건전한 청소년 문화 육성이든 뭐든 거창한 명분과 함께 PC방 운영과 게임 산업을 규제했었다면 오늘날의 한국의 IT, 한류 문화 경쟁력이 존재할까?

현재의 암호화폐에는 향후 구현되고 발전되어야 하는 블록체인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핀테크기술이 녹아있다. 이 기술들은 어떤 창의적인 천재의 출현이나 노력의 결과에 의해 어떤 식으로 응용이 될지 미래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미래의 먹을거리가 될지 어떨지 그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막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하자는 뜻이 아니라 그 예측이 어렵고 그 결과 통제가 어려워서 그러한 대상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없애버리거나 고사시키겠다는 식의 편리한 정책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대응 정책은 음미해볼만하다. 일본정부의 방침은 암호화폐가 투기수단으로서의 악용우려와 불법자금의 유통가능성이 분명히 있는 만큼 암호화폐거래소를 엄격히 등록시키고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 같다. 또한 그들의 정책방향은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정책 운용에는 그 묘(妙)가 있고 그 토대가 신뢰임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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