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인간에게 마음은 매우 중요하고, 많은 행동의 근본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모호하다. 마음은 역설과 충돌로 가득해서 들여다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마음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1457년 유럽에서 암퇘지 한 마리가 새끼 돼지와 함께 방으로 들어와 갓난아기를 먹어치웠다. 엄청나게 놀라고 슬픔에 빠졌지만, 아기 엄마와 마을사람들은 돼지 일가를 재판에 넘겼다.

돼지 변호사도 등장하고 증인도 출석한 재판에서 판사는 암퇘지에게 ‘도덕적으로 살인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사형판결을 내렸다. 판사는 새끼돼지들에게는 정신적 충격으로 도덕성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주민들이 잘 지켜봐야한다고 판결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교수대에서 암퇘지가 처형됨으로 마을의 정의는 실현되었다. 중세에는 농작물 파괴로 유죄를 선고받은 메뚜기, 알을 낳는 암탉행세를 해서 사형선고를 받은 수탉 사건도 있었다.

암퇘지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할 만한 도덕적 자각이 있었을까, 아니면 아기를 잡아먹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있었을까.

기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폭발물을 찾아내 폭발시키도록 설계된 마크봇(MARCbot)이 파괴되었을 때 군인들은 로봇을 위한 장례식을 치루면서 21발의 예포를 쏘았다.

기계에게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면 군인의 마음이 단순히 기계에 투영된 심리적인 현상일 뿐 일까? 해석은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우리들의 상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온갖 대상에 투영되며, 사람은 그것을 현실로 느낀다는 점이다.

반려동물과 쇠고기에 차이가 있을까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식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궁금증은 인간의 마음과 의지와 의식과 기억 등에 쏠린다. 이런 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은 과학적으로 탐지하기가 아직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또는 유전자를 통해서 마음과 의지와 의식과 기억에 대한 일부 흔적을 얼핏 엿보기는 해도, 이들의 전체 모습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한 말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공감을 갖는 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너무나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대니얼 웨그너, 커트 그레이 공저, 최호영 옮김 / 추수밭 값 18,500원

그렇다면 마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정의를 내리기 보다,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은 좀 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원래 제목은 The Mind Club : Who Thinks, What Feels, and Why It Matters이다.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는 것은 마음이 도덕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졌다는 점이다.

반려동물 1,000만을 맞은 우리나라에서 개와 고양이를 학대하면 이미 사회적인 비난꺼리가 된다. 뒷골목 마다 보신탕 집이 즐비하던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매일, 쇠고기나 돼지고기나 닭고기나 혹은 생선을 먹는다.

이성적으로 보면 같은 동물인데, 육류를 섭취할 때 마음속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최근 영장류에 대한 학살을 더욱 끔찍한 살인 비슷한 행위로 간주하는 것도 영장류가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줄 알고, 도구를 만들 줄 알며 감정을 가졌다는 과학적 발견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있거나, 사람의 마음으로 입혀진 존재에게는 존중·책임·도덕적 지위가 인정된다. 그렇지 않은 대상은 무시와 파괴와 혹은 사고 파는 소유물로 떨어진다.

결국 2011년 미국심리학회 우수과학공로상을 받은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와 제자인 커트 그레이(Kurt Gray)가 함께 지은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사물이나 사건을 인간중심으로 보는지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신에 대해서도 역시 유사한 해석을 시도한다. 사람은 간단한 교통사고가 나면, 상대방의 과실을 찾으면서 책임을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죽을 병에 걸리거나 사랑하는 자녀가 엄청난 고통에 빠지면, 거의 매일 매시간 “신이여 내게 왜 이런 고통을?” 한다.

저자는 책임 질 인간행위자가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때, 다시 말해 도덕적 간극이 생겼을 때 신을 더 찾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당신은 마음을 가졌다고 인정하지만, 당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인간의 본질은 기억이 아니라 지각” 

심리학자가 마음을 탐구하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마음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인간인 것의 핵심을 기억에서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기억이 핵심적인 본질인지 의구심을 표시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고 내가 아는 것은 기억들이 이러저러하게 남아서 질서정연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기억부터 가정의 크고 작은 일들, 진학과 결혼과 자녀양육 등의 기억들이 사람 안에는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렇지만, 알츠하이머나 치매에 걸려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는 사람은 어떤가. 이런 환자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기억은 잊힐 수 있기 때문에 자신도 잊혀진다는 공포에 빠진다. 기억은 상실될 수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변경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놀라운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만약 내가 기억들의 연쇄일 뿐이라면, 이런 연결을 해체하고 우리 자신과 타인 사이의 간격을 없애는 것도 비교적 쉬울 것이라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데릭 파핏(Derek Parfit)은 ‘내 삶은 일종의 유리터널처럼 보였다. 나는 그 터널을 매년 점점 더 빠르게 이동했고 터널끝에는 어둠이 있었다. 그러나 내 견해를 바꾸자 내 유리터널의 벽이 사라졌다. 이제 나는 야외에서 산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지각하는 존재이다. 지각하는 존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가진 것은 지각 뿐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다양한 탐구를 그칠 수 없는 호기심많은 사람에게 이 책은 매우 좋은 도구를 하나  선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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