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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과 양자역학의 만남"과학서평 / 생명, 경계에 서다
심재율 기자 | 승인 2017.12.07 15:20

과학자들의 가장 큰 미스테리는 3개가 꼽힌다. 우주의 기원, 의식의 기원 그리고 생명의 기원이다. 그런데 이 3가지 미스테리와 모두 연관이 있는 과학적 이론을 꼽는다면 무엇을 꼽아야 할까? ‘생명, 경계에 서다’(LIFE ON THE EDGE)를 쓴 짐 알칼릴리(Jim Al-Khalili)와 존조 맥패든(Johnjoe McFadden)은 양자역학이 이 3가지와 모두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두 사람은 생명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하는데 이 책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생물학이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름하여 양자생물학(Quantum biology)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 는 양자생물학이라는 아주 최근의 학문을 소개하는 책이다. 양자생물학의 가장 큰 특징은 생명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이다.

양자생물학의 기원을 이룬 것은 ‘울새’ 연구를 통해서이다. 참새목에 속하는 희귀한 철새인 울새는 길 찾는 방법이 매우 특이하다. 울새는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감지하는 자기수용감각(magnetoreception)을 가지고 있다. 사람처럼 지형지물을 보고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

다른 철새처럼 밤 하늘 별의 모양을 추적하지도 않는다. 체내에 내장된 방향감각을 이용해서 아주 작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방법으로 방향정보를 이끌어낸다. 일종의 생화학적 나침판이라고 할 수 있다.

철새연구로 2004년 양자생물학 태동

그런데 이 울새의 방향감각이 양자역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4년 울새가 양자얽힘을 이용해서 길을 찾는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하는 논문이 네이처에 실리면서 양자생물학이 시작됐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양자생물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완벽한 조화와 융합을 꿈꾸는 것 같이 보인다. 일반 독자들에게 가장 혼돈스러운 것은 뉴턴역학, 열역학 그리고 양자역학과의 관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정밀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뉴턴역학의 세계에서 산다. 만약 이 고전적인 세계가 무너진다면, 비행기는 떨어지고 열차는 충돌하면서 엄청난 혼란과 참화로 세상은 난장판이 될 것이다.

짐 알칼릴리, 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 글항아리 사이언스 값 22,000원

그런데 갑자기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쉴새 없이 뒤흔들어놓았다. 양자역학은 물체가 지나갈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고,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며, 유령같은 연결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뉴턴역학과 열역학 그리고 양자역학 3자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눈에 보이는 외부 세계는 뉴턴역학의 원칙으로 움직이고, 그 아래에서 증기기관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은 현상에서는 열역학법칙이 지배하지만, 그 보다 더 미시의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의 법칙이 통용된다.

떨어지는 사과, 비행기 같은 사물의 움직임은 뉴턴 역학으로 설명된다. 그 아래 열역학의 층에서는 당구공 같은 입자들이 거의 무작위 운동을 하면서 무질서 속의 질서를 일으킨다. 우리 주변에서 모는 현상은 대부분 이 뉴턴역학과 열역학에 뿌리를 두고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러나 살아있는 유기체는 이 층을 곧장 관통해서 양자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양자생물학자에게 생명이란 거센 폭풍이 부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와 비슷하다. 이 배는 40억년 진화로 다듬어진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노련한 선장이 타고 있다.

생명현상에 자리잡은 양자역학의 세계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과 협력이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에 맞게 양자역학을 생물학과 결합하는 논문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자인 조러 펜로즈는 1989년 ‘황제의 새마음’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마음이 양자컴퓨터라고 주장했다.

2007년 뉴욕타임즈에도 식물이 양자컴퓨터라는 주장이 실렸다. 미생물과 식물의 광합성 시스템은 양자컴퓨터에서 필요로 하는 것과 유사한 작업을 할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생명현상에서 양자역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조금씩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다.

저자들은 생명의 한쪽 발은 일상적인 사물로 이루어진 고전세계에 있고, 나머지 한 발은 양자세계라는 기이하고 독특한 곳에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자역학은 이미 물리학 생물학 공학과 결합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반도체 생산이나 컴퓨터, 레이저, 스마트폰, MRI검사, 위성항법장치 등은 양자역학의 이해없이는 나오기 어려웠다.

이같은 융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세계에 엄청난 신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핵융합을 통해 거의 무한한 전력을 얻게 될 수 있다. 공학+생화학+의학이 결합한 ‘인공 분자 기계’에 대한 논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인간수명 연장과 질병치료 및 건강증진에 큰 진전이 나타날 것이다.

20세기에 시작한 양자 혁명은 지금 거대한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

짐 알칼릴리는 영국 서리대학의 대표적인 이론물리학자이고, 존조 맥패든은 서리대학 분자유전학 교수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심재율 기자  kosinova@dailybiz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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