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알고보니 중앙회 소속 비정규직만 정규직 전환 추진…노조 "지역단위조합도 정규직 전환" 촉구
비정규직 직원이 내부비리 언론제보·사내통신망 게재 시 대기발령 내릴 수 있는 인사규정도 논란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농협중앙회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발맞춰 비정규직 직원 중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나 그 대상에서 단위 농협 비정규직은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이 조합의 비리나 문제점 등을 언론에 제보하거나 사내게시판 등에 게재하면 징계성 대기발령을 내릴 수 있도록 인사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으로 ‘새 정부 코드 맞추기’를 하면서 인사규정을 사측의 입맛에 맞게 개정하면서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상반되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최근 ‘범농협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비정규직 52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이다. 지역농축협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을 농협중앙회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정규직 전환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농축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무금융노조는 “2만여명에 달하는 지역농축협의 비정규직은 10년, 20년을 근무해도 평생 비정규직 신분의 질곡에서 심각한 차별과 상시적인 최저임금 위반상태로 내몰렸다”며, 지역 농축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이어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정규직 전환 검토 이전에 국회와의 차별시정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 비정규직들이 받지 못한 복리후생비가 연간 240억원에 이르며, 880개 농협에서 이들에게 복지연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시정요구를 받은 바 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농협은 최근 단행한 인사규정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농협은 ‘농·축협 직무범위규정(모범안) 등 인사 관련 제규정(모범안) 개정 알림’을 통해 인사규정 포함, 6개 규정에 대해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알림에 따르면 조합장은 자의적 기준에 따라 근무성적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직원에게 대기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언론매체에 비리 등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내통신망에 게시한 행위에 대해서도 대기를 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지역 농·축협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조합장 맘대로 인사권을 행사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국협동조합노조는 신설·변경된 조항 다수가 조합원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반노동·반사회적 개악이라며,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규정 개정안과 같이 지역 농·축·품목조합에 대한 부당하고 위법적인 지배·개입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며 “농·축협 조합장의 제왕적 권력에 의한 갑질로 사회적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와중에 오히려 조합장의 책임을 강조하기는커녕 권한만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인사규정 개정안을 강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농협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말하면서 사회적으로 환영받고 있지만, 정작 노사관계 개선과 지역 농·축협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협중앙회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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