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경영 지속되면서 물류담당 부사장 돌연 사임·쿠팡맨 임금삭감 논란 등 로켓배송 관련 갈등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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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쿠팡이 트레이드 마크인 ‘로켓배송’을 위한 쿠팡맨과 물류센터 운영 등 배송·물류 관련 비용 증가 때문에 지난해 56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규모 적자와 함께 로켓배송과 관련한 갈등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서비스 지속 가능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이 로켓배송 전담인력인 쿠팡맨(배송기사) 처우 문제와 하청업체 갑질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해외에서 영입한 물류담당 헨리 로 수석부사장을 떠나보낸다.

헨리 로 부사장은 아마존 중국 물류담당과 알리바바 물류부문 대표를 역임했으며, 쿠팡에서 쿠팡맨, 주문처리, 고객서비스 등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는 GE파워컨버젼 글로벌 물류담당 총괄 출신인 앙드레 뽈 클레잉(Andre-Paul Klein)이 선임됐다.

일각에서는 김범석 대표가 물류 투자 운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헨리 로 부사장을 경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의 물류사업 책임자가 변경됨에 따라 현재 진행되는 로켓배송과 이를 위해 도입한 쿠팡맨 서비스가 종전과 동일하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쿠팡은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는 나빠 로켓배송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팡의 물류비는 2013년 11억원, 2014년 179억원, 2015년 694억원으로 늘었다. 물류센터 구축과 로켓배송 등 배송서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인해 회사 전체 적자 규모는 2015년 5400억원에 이어 지난해 5600억원까지 치솟았다. 2년 연속 누적적자만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서 투자받은 1조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로켓배송 축소설이 파다하다.

먼저 로켓배송을 위해 확대해왔던 물류센터 및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부산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소속 물류직원 상당수를 지난해 신축한 덕평, 인천 등 타 센터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이전하면서 기존 계약업체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갑질 논란에도 휘말렸다. 현재 쿠팡은 전국 10여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들은 모두 다른 전문 업체를 통해 운영되고 있었으나 쿠팡 물류담당 계열사 ‘컴서브’로 운영권을 바꾸는 과정에서 물류센터 운영을 맡고 있던 협력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요구, 이에 따른 피해도 해당 업체에 전가했다고 알려졌다. 자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 측이 쿠팡맨 평가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변경, 꼼수 임금삭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쿠팡맨의 급여 구조는 ‘기본금+안전보상비(SR)+인센티브’로 돼 있으나, 쿠팡 측은 지난달 1일 안전보상비(SR)를 상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직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삭감과 함께 정직원 전환을 앞둔 계약직 쿠팡맨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면서 남아있는 쿠팡맨의 업무량이 폭증해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지역 쿠팡맨들의 파업 소식이 이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처우문제로 인해 창원 지역에서 근무 중인 쿠팡맨 3명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김범석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자 쿠팡 측은 4월 1일 이전에 실시하던 3단계 차등 인센티브 제도로 한 달 만에 다시 바꿨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맨은 현재 약 3600명으로, 이중 정규직 비율은 30% 선에 머물고 있다. 1년 여 전 김범석 대표가 2017년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것에 비해 턱없는 규모다.

로켓배송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원인으로 적자경영이 지목되면서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배송·물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대규모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향후 수익성이 낮은 로켓배송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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