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내정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 역할한 '삼성저격수'…건전한 지배구조 정착 위한 조언자 역할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내정자를 낙점하면서 삼성그룹이 김 내정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삼성 지배구조에 정통한 전문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에버랜드 편법상속 문제와 지배구조 문제 등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아는 김 내정자가 '경제 검찰'의 수장으로서 삼성그룹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정부 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천착하며 특히 삼성의 복잡한 지배구조에 대해 연구,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 개혁을 강조하고 특히 삼성 지배구조 문제에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올해 3월 문재인 캠프 산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으면서 개혁보수 경제학자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J노믹스’(문재인 경제학) 설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과 김 내정자의 질긴 악연은 삼성이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준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김 내정자를 주축으로 한 참여연대는 1996년 삼성그룹이 에버랜드이 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발행해 이 회장이 아들인 이 부회장에게 넘겨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 사외이사 선임 건과 그룹 계열사에 대한 출자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1999년 이 회장이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세보다 싼 값에 배정한 삼성SDS사건 때도 김 내정자는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 유죄 확정을 받아냈다.

2004년 2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정치자금 지원에 따른 정경유착 문제를 지적,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의 재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는 등 소송과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삼성 저격수’로 유명하지만, 지배구조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조언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 2013년 7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초청받아 강연하면서 자신을 “방법은 다르지만 정말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삼성이 열린 광장으로 나와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 속에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진다”며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를 도와서 이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인 고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삼성과 관련해 그룹 순환출자 해소,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 제어를 위한 상법 개정, 지주회사 규제 등은 국회 입법이 필요한 만큼 국회와 협의해 시간을 두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내정자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이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재벌개혁”이라며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방법을 꾸준히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행보와 관련해 재계 1위 삼성이 재벌 개혁의 1순위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 삼성의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구속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과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이 법 개정 등에 대한 부담으로 지난달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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