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학서 고문, 현 정권에 대해 "촛불로 바뀐 정권은 우매한 민중이 이끄는 민주주의" 비판

▲구학서 고문(왼쪽)과 정용진 부회장 ⓒ신세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골목상권침해 문제로 영세상인들의 원성이 높아 문재인 정권의 재벌개혁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이 새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학서 신세계그룹 고문(71)이 최근 대학 특강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 단적인 실례다.

18일 관련 업계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구 고문이 17일 이화여대 경영대학 ‘경영정책’ 수업 특강에서 탄핵정국으로 탄생한 현 정권에 대해 “촛불로 바뀐 정권은 우매한 민중이 이끄는 민주주의”라며 “우매한 국민이 결정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생들이 현장에서 항의하며 강하게 반발, 수업 도중 강의실을 나가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학생들의 글에 따르면 이날 강의에서 구 고문은 지난 2015년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국민성을 운운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일본은 한번 정한 일은 번복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자꾸 번복한다. 위안부 합의도 번복하려고 하는데 국민성의 문제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더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신세계백화점, 위드미 편의점, 스타필드,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 제품을 이용하지 않고 방문도 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도 일고 있다.

구 고문은 1972년 삼성그룹 공채 13기로 입사해 그룹과 계열사의 주요 요직을 거친 뒤 19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가 됐다. 1999년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10년 간 정용진 부회장을 도와 신세계 경영을 책임졌다. 이대 경영대 시이오(CEO) 겸임교수로 10년 넘게 특강을 해왔다.

일각에서는 구 고문의 촛불집회 폄하 등 발언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 정책기조 아래서 신세계그룹의 사업 추진이 상당 부분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잇단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새 정부의 재벌개혁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가 추진 중인 부천과 광주 신세계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은 골목상권 침해·붕괴 논란으로 지역상인 및 정치권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부천 신세계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 계약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19대 국회 때 만든 당내 민생기구 ‘을지로위원회’의 반대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을지로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돼 기업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16일 집권 여당의 원내 대표로 을지로위원장 출신의 3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된 것도 ‘유통공룡’ 신세계의 각종 사업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광주 신세계가 추진 중인 복합쇼핑몰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무관하지 않아 승계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새 정부가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을 밝히며, 김상조 교수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한 것도 부담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년간 재벌의 편법·불법상속, 전근대적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의 문제를 제기해온 '재벌 저격수'로 손꼽힌다. 공정위 집중 조사 대상은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지만, 여기에 CJ와 신세계까지 포함한 범4대 그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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