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차입금 두산인프라코어 갈수록 돈 말라…밥캣 상장으로 자금확보해 돈위기 사전 차단

[데일리비즈온팀 박홍준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돈이 마르면서 두산그룹의 유동성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주력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유동성문제로 흔들리게될 경우 그룹전체가 다시 유동성비상에 몰릴 수 있다고 판단, 우량계열사인 두산밥캣의 국내상장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는 근본대책으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당분간 괄목한 영업실적을 거두어 경영난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고 보면 두산그룹은 상당기간 유동성문제의 고민을 떨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3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건설장비 자회사인 두산밥캣(Doosan Bobcat )을 연내 한국 증시에 상장하기로 하고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은 주관사가 선정되는 대로 사전 준비 및 관련 절차를 거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후 이를 통과하면 올해 안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두산 관계자는 "미국 주택시장 회복으로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두산밥캣은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 신뢰도를 더욱 높이면서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우량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기업공개를 결정한 것은 재무구조개선을 통해 유동성 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측은 밥캣을 상장하고 현재 협상 대상자를 바꿔 진행 중인 공작기계 매각에 성공할 경우 2조원안팎의 자금조달로 차입금의 상당부분을 감축해 유동성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유동성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예기다. 몇 해전 두산건설의 부실로 유동성위기에 몰렸던 두산그룹이 주력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실심화로 다시 유동성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 두산밥캣의 상장 카드를 꺼낸 것 같다고 증시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상태는 매우 나쁜 상황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비용을 반영한 탓에 지난해 8천595억원의 순손실을 낸데다, 향후 사업 전망마저 밝지 않다는 평가다. 자연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까지 강등시켰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추고. 한기평도 지난 21일 신용등급을 'BBB'로 낮추면서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정도의 신용등급으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사실상 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거대 규모의 차입금을 안고 있다.작년 9월말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5조2천522억원에 이른다. 현금창출(에비타) 대비 총차입금 규모는 8.7배에 달한다. 2013년부터 지속하던 7배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50%를 넘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도 천문학적 규모다. 연결기준 총차입금 중 회사채 비중은 줄어든 반면에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크게 늘어 2조4천억원 수준이다. 내년에 회사채 5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고 영구채권의 조기상환 행사 가능성도 있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이르자 우량기업인 밥캣의 상장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측은 밥캣상장으로 조 단위의 상장차익을 거둬 유동성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상장준비가 시작되는 만큼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상장으로 얼마만큼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어떤 비율로 배분할 것인지 등의 상장 구조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11월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기재한 밥캣의 장부가는 1조9천805억원이다. 하지만 두산인프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주식수(7천613주)에 지난해 발행한 전환우선주 발행가를  곱하면 보유 지분가치는 2조1천7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새롭게 산정되겠지만, 경영권을 유지할 정도만 남기고 구주를 매출하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는 조단위의 상장 차익을 거두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전망이다. 물론 공작기계 매각과 밥캣 상장으로 2조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위기가 표면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성장및 수익성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는 점에서 주력기업을 진앙으로 한 두산그룹의 유동성위기는 사실상 휴화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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