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등 재벌기업들, 걸핏하면 공정위 조사 방해…'솜방망이' 처벌에 '배짱경영' 코웃음
대선후보들, 재벌개혁과 불공정행위 근절 위해 공정위 권한강화를 주요경제공약으로 내걸어

▲'장미대선' 후보들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일부 재벌대기업들이 걸핏하면 공정위 조사를 방해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온 터에 최근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이 정부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공정위가 현대제철에 부과한 과태료는 3억원 정도에 그쳐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의 공무집행행위를 방해한 재벌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이같이 미약한 것은 공정위 권위를 실추시키면서 불공정행위를 뿌리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음정부가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재벌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검찰' 역할을 하고 있는 공정위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주자들은 자신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위해 공정위 권한강화도 다짐하고 있다. 이번 현대제철건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공정위 권한을 강화해야한다는 공약을 철저하게 이행토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7일 현대제철 법인과 소속 직원 11명에게 총 3억1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진행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정위의 현장 조사 과정에서 사내 이메일, 전자파일 등을 복구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삭제하고 증거가 담긴 외부저장장치(USB) 제출 요청을 거부하는 등 증거 인멸도 모자라 조직적으로 조사를 방해, 협조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조사를 방해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대제철 법인에 2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소속직원 2명에게 2200만원, 9명에게는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대기업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삼성·SK·LG 등 대기업들도 공정위 조사 방해 등 ‘배짱’을 부리다가 수억원대의 과태료 제재를 받았으나 이 같은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공정위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이런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 수준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자 2억원 이하, 임직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었으나, 지난달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오는 7월 19일부터 공정위 조사를 거부·방해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편 주요 대선주자들도 ‘재벌 개혁’ 의지를 드러내면서 공정위 권한 강화 공약을 내놓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대 그룹 등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전담 수사하던 조사국을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냈다. 상시적으로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조사하기 위해선 조사국이 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사국은 김대중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2005년 사라졌다. 공정위 조사국은 8년간 17차례의 대대적인 조사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며, 대기업 등의 부당 내부거래 금액 31조 6986억원을 밝혀내고 37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은 대기업 계열사의 오너일가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으로 돼 있지만, 홍 후보는 이를 2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정위에 횡포를 부리는 기업을 강제로 나눌 수 있는 권한인 기업 분할 명령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공정거래 사건의 1심 재판부 격인 상임위원을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임기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고발 권한을 공정위에만 한정하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가장 큰 논란이다. 5명의 주요 후보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980년 도입됐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시 누구나 검찰 고발이 가능해진다. 이에 공정위는 조사주도권이 검찰로 기울면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며 폐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뒤늦게 전속고발권 폐지 대신 입찰담합 등 고의성이 짙은 불공정행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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