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등 씨티고객은 다른 시·도 찾아 은행일 봐야…사실상 소매금융 접어수익확대 위한 감량경영이라지만 금융의 공익성 외면…시중은행들 유사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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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인터넷은행이 등장하고 모바일 뱅킹이 대세를 이루면서 은행들의 오프라인 영업장인 점포가 갈수록 줄고 있다. 시티은행은 비용은 많이 들면서 벌이는 시원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을 사실상 접는다는 방침아래 시중은행 사상 처음으로 점포의 80%를 폐쇄하기로 결정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이나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대도시에 사는 고객들이 은행점포를 찾아 은행 일을 보는데 적잖은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보다 많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같은 점포축소 등 감량경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금융은 다른 업종에 비해 고객들의 재산을 관리, 보관하고 가치를 증식시키는 등 공익성이 강한 특성이 있는 만큼 점포를 일시에 대거 폐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은행경영에 비추어 결국 ‘먹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은행 안팎에서 받아온 씨티은행은 최근 올해 하반기 이후 점포를 126개에서 25개로 80%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시티은행은 지난 2004년 이후 200여개 점포망을 유지했으나, 지난 2013~2014년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 점포를 거의 절반 수준인 120여개로 축소한 상태였다가 이번에 그 80%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씨티은행측은 갈수록 인터넷과 모바일뱅킹이 대세를 이루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수가 줄어 점포가 어느 면에서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시티은행측은 “금융 거래를 분석한 결과 95% 이상이 은행 영업점 외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상황”, 즉 인터넷은행의 등장과 모바일을 통한 은행거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진데 따라 점포의 대량폐쇄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시티은행은 그 대신 대면 서비스로는 자산관리 서비스인 웰스 매니지먼트(WM) 센터를 강화하고, 기존 영업점 이용 고객들에겐 모바일뱅킹과 기존의 콜센터를 대체할 고객가치센터 등을 통해 서비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시티은행측은 말하자면 은행점포를 유지하면서 개인고객들을 상대로 은행거래를 하는 업무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개인고객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씨티은행 노조 쪽은 “시중은행 라이센스로 영업을 하면서 보편적 금융 서비스 기능을 사실상 포기하고 일반 고객을 쫓아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티은행과 거래하는 개인고객들은 이같은 점포 폐쇄로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시티은행의 충청남·북도,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은 씨티 점포가 단 한곳도 없게 된다. 비밀번호 오류 정정, 자영업자들이 받는 사업자대출의 연장 등으로 지점을 방문해야하는 고객들은 적지 않은 교통비를 지불해가면서 다른 시도에 있는 씨티은행 점포를 찾아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불편을 겪게 될 전망이다.

씨티은행말고도 시중은행이 한 둘이 아닌데 씨티은행 거래로 이런 불편을 겪게 되는 개인고객들의 상당수는 거래은행을 다른 시중은행으로 바꾸게 된다. 다시 말해 씨티은행은 사실상 개인고객을 쫓고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뿐만 아니라 철저한 수익위주 경영원칙을 고수, 수익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개인고객은 은행거래를 스스로 끊도록 하는 수수료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계좌유지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다. 6월 이후 신규 계좌를 개설할 때 잔고가 1000만원 미만으로 창구업무를 이용하는 경우 한달에 5000원의 수수료를 물린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계좌유지수수료뿐 아니라 잔고 5000만원 미만 고객한테는 웬만하면 면제하던 각종 수수료를 다시 부활시킬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씨티은행처럼 철저한 수익위주 경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처럼 급격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지만, 점차적으로 점포를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그동안 돈이 안 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폐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앞으로는 온라인뱅킹의 급속한 진전과 더불어 점포축소 속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6개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2008년말 4302개에서 2016년말 3673개로 줄었다. 지점 6~7곳 가운데 한 곳이 없어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2013년 이후 급격하게 점포 구조조정에 나섰고, 지난해부터는 수익이 많이 나는 자산가 고객 영업에 집중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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