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착오로 계좌압류 당사자와 이름같은 유명 웹툰작가에 계좌압류 잘못 통지…고객혼란 초래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NH농협은행의 직원이 고객 개인정보를 잘못 기입해 동명이인의 엉뚱한 고객에 계좌압류 통지 문자를 전송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14년 고객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신용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됐던 농협에서 또다시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로 볼 수 있는 사태가 빚어져 농협에 대한 신뢰도 추락에 일조하고 있다.

12일 금융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명 웹툰작가 이승권 씨(레바)가 지난달 21일 자신의 NH농협 계좌가 압류됐다는 문자를 받고 명의도용을 의심,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으나 알고보니 직원의 실수로 인해 계좌압류 당사자와 이름이 같은 이 작가에게 통지 문자가 잘못 전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작가는 이 황당한 사연을 두 차례에 걸쳐 웹툰으로 연재했다. 해당 웹툰에 따르면 계좌압류 통지 문자를 받고 이 작가는 당초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으나 계좌압류가 사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NH농협 압류팀으로부터 자신이 한 대부업체로부터 500만원가량의 민사소송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를 통해 명의도용이 의심된다는 조언을 받은 이 작가는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들어갔다.

이 작가가 선임한 변호사가 농협측이 알려준 사건번호로 민사소송건을 조회한 결과 황당한 전말이 드러났다. 계좌를 압류당한 사람은 1992년생 이 작가가 아니라 1977년생 이승권 씨였다. 사건 당사자는 이 작가가 아닌 동명이인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8월 주소지 정보를 변경할 때 당시 직원의 실수로 77년생 이 씨의 정보란에 92년생 이 작가의 전화번호가 기입돼 77년생 이 씨의 계좌압류통지 문자를 92년생 이 작가가 받게 됐다.

농협 직원의 황당한 실수로 변호사까지 선임한 이 작가는 농협측의 개인정보관리 실수로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농협은 자사 직원의 실수로 큰 피해를 입은 이 작가에게 도리어 사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변호사부터 선임한 것은 성급하지 않았느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농협측의 대응을 두고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누리꾼들은 “동명이인 때문에 압류당하기 싫으면 주거래은행 바꿔야겠다”, “은행에서 주민등록번호 확인도 안하고 압류 처리한 건 엄청난 잘못”, “생년월일이 똑같은 동명이인도 아닌데 전화번호, 주소 등 다른 인적사항 대조도 안해보고 압류 걸어주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농협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함께 이 작가가 입은 금전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과 변호사 선임비 등을 보상했다. 농협측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직원 개인에게 물어 이 작가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지점 책임자들과 실수한 직원이 함께 5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이 작가에게 보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홍보부 관계자는 “자금반환같은 직원의 경미한 과실로 인한 것은 회사 차원에서 보상해주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단순히 직원이 고객 주민등록번호를 오인, 단순 입력 착오로 빚어진 일이므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작가와 같은 이름을 가진 77년생 고객이 이번 사태 이후 제대로 계좌압류 통지 연락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그분에 대한 내용은 아직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좌압류통지 문자 오류 전송 사태로 인해 농협의 개인정보관리 및 보안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은 지난 2014년 2500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농협 고객의 성명·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이메일·직장 및 자택 주소·카드 이용실적·카드결제 계좌·카드신용한도·카드신용등급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됐다. 2015년에는 보안카드 결함 논란이 이는 등 허술한 보안체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 관계자는 “2014년 개인정보유출 사태 이후 올해 설 연휴에 IT 재구축을 하는 등의 보안강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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