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여파 수출업체 전반으로 확대…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피해도 눈덩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롯데에서 수출업체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드여파가 유통·관광업을 넘어 제조업까지 확산되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사드 보복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와 불매운동 등 보복성 조치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대수 ‘반토막’…식품 수출도 ‘비상’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판매가 반토막났다. 중국에서 총 7만203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5만6026대를 판매해 44.3% 감소했으며, 기아차는 1만6006대 판매에 그쳐 68.0% 감소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월간 실적이 10만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 9만5235대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판매 급감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어 일부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차 구매를 꺼리고 있는데다가 일부 경쟁업체들은 악의적인 사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폴크스바겐 딜러들이 한국차를 팔고 자사 차량을 구입하면 할인해주는 특별판촉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는 한국차를 주문했다가 취소하면 ‘애국선물’을 증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품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으로의 식품수출액이 8730만 달러로 지난해 9250만 달러에 비해 5.6% 감소했다. 한국산 식품 통관 거부 사례는 지난 2015년 93건에서 지난해 161건으로 73.1% 급증했으며, 올해 1월에는 6건으로 파악된다.

식품업체들은 중국 수출 때 심사가 까다로워졌으며, 전수 조사 등으로 통관이 지연되는 사례도 늘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식품은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아 통관 지연과 거부 등에 따른 피해가 크다.

중국발 크루즈선 부산기항 또 줄줄이 취소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3일 부산항만공사는 MSC사의 리리카호(6만5000t급)가 연말까지 예정했던 18차례의 부산기항을 모두 취소한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리리카호를 타고 부산을 찾을 예정이던 관광객은 3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불허한 지난달 15일 이후 부산기상을 취소한 중국발 크루즈선은 모두 55척으로 늘었으며, 예상 승객 수는 13만여명으로 늘었다. 부산에는 올해 크루즈선 31척이 224차례에 걸쳐 57만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사드 보복으로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발 크루즈선의 기항 취소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한다. 이달 예정된 5차례의 기항을 취소한 초대형 크루즈선 퀀텀호와 어베이션호(각 16만8000t급), 마리너호(13만8000t급)도 오는 6월 말까지 12차례 더 기항을 취소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기항횟수는 절반으로, 관광객 수는 22만명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대중무역 피해기업 지원 본격화…WTO에 中사드보복 지속 이의 제기

중국의 경제보복에 따른 피해가 대기업·관광업에서 일반 중소기업으로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대중무역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지난달 8일 ‘중국대응태스크포스(TF)'를 설치, 전국 14개 지방수출지원센터를 통한 피해사례 접수 및 지원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중소기업청은 이달부터 활동을 본격화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 중국인증, 단기 컨설팅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업들의 피해 최소화 및 조기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매출감소 등 실질적 피해를 입은 기업에 125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이는 당초 750억원보다 500억원 증액된 규모다. 지원조건도 완화해 매출 10% 이상 감소, 3년 간 2회 횟수 제한 예외 등을 적용해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도록 했다.

검역·허가 등 인증 관련 애로를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해외규격 인증획득지원 사업을 통해 중국인증 획득과정을 지원한다. 중국강제인증(CCC)·중국위생허가(CFDA) 등 중국 규격인증 획득에 드는 시험·인증비용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고 기술컨설팅과 책임회사 등록대행 등 중국 규제대응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돕는다.

통관지연·계약파기 등의 피해는 현지 민간 전문가를 활용한 ‘단기 컨설팅 사업’으로 지원한다.

정부의 대응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의심되는 일부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공식 안건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달 28~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중국 등에 국내 기업 수출의 걸림돌이 되는 차별적인 무역 기술을 해소해달라며 공식적으로 이의제기했다.

정부가 제기한 특정무역현안(STC) 안건은 의료기기 등록수수료 차별, 의료기기 국제공인성적서 불인정, 영유아 분유 중복 등록 등 총 6건이다. 특정무역현안은 교역 상대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각 회원국이 WTO TBT 위원회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중국 상무부와 만나 "무엇보다 최근 중국이 취하고 있는 관광, 유통서비스 관련 조치들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일단 규제 당국과 검토한 후 회신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6월 13~15일 예정된 제2차 위원회에서 미해결 규제에 지속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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