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실적 내리막에도 배당으로 당기순이익 11억 두배 넘는 25억 챙겨
수입약 판권계약·R&D핵심인력·기술수출 모두 놓쳐 '오너경영' 총체적 위기

▲어진 부회장 ⓒ안국약품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국내 중견 제약사 안국약품이 영업부진에도 순이익의 절반이상을 오너일가에 고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몇 개월 만에 돌연 오너 경영으로 회귀하면서 오너일가는 '회사는 기울어도 자신들의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식의 빗나간 경영행태를 드러낸 셈이다. 특히 오너일가의 지나친 '잇속 챙기기'에 더해 잇단 경영 실책까지 겹쳐 경영 위기가 가속화되자 오너 2세인 어진 부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최악 실적에도 오너일가 고배당 잔치…따가운 눈총

16일 제약업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이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220원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5억2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 11억원의 두배 이상에 달했다. 배당금이 당기순이익을 훨씬 초과해 배당성향이 전년보다 껑충 뛰었다.

배당액 25억2000만원 가운데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약 12억5000만원이 최대주주인 오너일가에 돌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안국약품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창업자 어준선 회장(23.66%)과 오너 2세인 어진 부회장(22.67%), 어광(3.27%) 안국건강 대표다. 이들의 보유주식은 총 647만38주(49.61%)에 이른다. 소액주주의 비율은 37.13%에 불과하다.

문제는 최대주주인 오너일가가 이처럼 두둑한 배당을 챙기기에는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안국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 성적은 2012년 이래 최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44억원으로 전년보다 66%가량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43억원으로 약 12%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87% 감소한 11억원에 그쳤다.

실적 부진에도 오너 일가를 향한 고배당정책에 순이익 11억의 두배 이상인 25억여원을 배당하는 것을 두고 업계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오너 일가가 절반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적 악화에도 높은 배당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매출 1408억원·영업이익 54억원, 2013년 매출 1541억원·영업이익 101억원, 2014년 매출 1679억원·영업이익 98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매출 1977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거뒀으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에 대해 안국약품측은 코마케팅 만료에 따른 상품 매출 감소 등에 따라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잘 나가던 수입약 판권 재계약 실패 등 잇단 경영 실책으로 총제적 위기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에는 수입약 판권 재계약 실패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안국약품은 그동안 주요 매출을 차지했던 수입약 독점판매 계약 만료에 따라 잘 나가던 3개 제품을 모두 경쟁사에 빼앗겼다. 지난해 주요 매출 품목 중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판권은 제일약품으로 넘어갔고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의 배뇨장애 증상개선제 ‘하루날디’와 과민성 방광 증상 치료제 ‘베시케어’는 보령제약으로 넘어갔다. 비아그라는 100억원, 하루날디 600억원, 베시케어 25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회사 매출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알려졌다.

수입약 독점판매에 치중하면서 대규모 매출을 일으킬 만한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한 것도 실적 악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3년 11.3%였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2014년 12.9%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015년 7.9%로 급감했다. 이 와중에 중앙연구소와 바이오본부를 총괄했던 김성천 연구소장이 내부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되면서 회사의 경영 실책으로 인해 R&D 분야의 핵심 인물을 놓쳤다는 설도 돌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진출에 급급해 기술 수출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3년 반이라는 시간과 기회비용만 날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안국약품은 미국 제약사 그라비티바이오와 진해거담제 ‘시네츄라’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안국약품은 국내 시장에서 시네츄라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13년 6월 그라비티바이오와 시네츄라 시럽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금을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가 파트너의 불성실을 이유로 3년 반 만에 계약을 해지, 시간과 기회비용만 날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안국약품은 15일 1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6월 최고가 2만5500원에서 반토막 이상 급락한 것이다.

주가하락과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를 위한 고배당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후진적인 오너 경영이 안국약품의 경영위기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국약품은 재작년까지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월 정준호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으나 넉 달 만에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회귀했다. 이와 관련 당시 전문경영인과 오너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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