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전문화 통해 회사 살리자는 조치…노조,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편법'으로 투쟁 강화 다짐

▲현대중공업 노조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현대중공업이 6개사로 분할한 뒤 각자도생하는 구조조정안을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날 분사안이 주총에서 통과됐지만,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사 간의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노사 갈등은 주총 이후에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과 분할 신설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총 2개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측은 정부의 조선사 구조조정을 따르고 장기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6개사 분할안을 노조원 몸싸움이 심해져 경찰까지 동원되는 긴장감 속에서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으로 분할한다. 이날 주총에서 사업분할 안건이 가결된 4개사는 오는 4월 독립법인으로 정식 출범하게 된다.

분할 후 존속 법인인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플랜트·엔진 등 존속 사업부문은 변경 상장하고, 나머지 부문은 인적분할을 통해 3개 회사로 재상장한다. 회사 분할이 완료되면 존속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다.

6개사 중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가 된다.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아 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분할 신설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는 각각 김우찬 법무법인 동헌 대표변호사 등 3명,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 3명, 김영주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 3명을 각각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뽑았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사업분할은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회사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주식은 오는 3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거래가 정지되며,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 및 신설 회사의 주식은 5월 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업분할안이 주총에서 가결됐지만, 이를 둘러싼 노사간의 이견은 커 그동안 어떠한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심화돼 온 노사갈등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사측은 이번 사업분할로 분리된 각 회사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의 고도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로써 지난해 9월 기준 7조원이 넘는 총차입금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분할 후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의 차입금 2조원을 떠안게 된다. 대신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를 계열사로 편입해 수익을 낼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과 의견을 달리한다. 이번 분사는 정몽준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으로 보고 있다. 정 전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분할 전 21.33%인데 이날 분할결정으로 현대중공업 자사주 13.73%를 흡수하게 돼 34.7%로 크게 오르게 됐다.

그런데 정 전 회장이 인적 분할하는 4개사의 지주사가 될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하게 되면 지분율은 40%대로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의결권이 없는 현대중공업 자사주 13.4%도 지주회사가 같은 비율로 신주 배당을 받게 돼 의결권이 생긴다.

이에 따라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을 불과 617주 들고 있는 정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전무로의 승계 작업도 한층 수월해진다는 것이 노조 시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최근 국회에서 현대중공업이 자사주 13.73% 보유하고 있어 정몽준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이 대폭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 회사 분할은 재벌의 지배체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역행한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중공업의 분할 결정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도 타결 짓지 못한 상황에서 분사로 대규모 감원이 예상되는 데다 사측은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노사갈등은 심화되면 심화됐지 어떠한 타협전망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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