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부담 이기지 못해 부도속출하면 가계대출 '뇌관'될까 우려
작년말 기준 이용잔액 55조로 2013년 '카드대란 수준'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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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갈수록 빚을 내 빚을 갚으면서 생활하는 가계와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미 무거운 빚을 지고 있는데 장사가 안 되거나 소득이 늘지 않아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몰리자 빚을 내 빚을 갚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음을 뜻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실태를 보면 가계부채 중에서도 신용카드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급증은 가계부채의 뇌관이라는 점에서 정말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카드사들이 회원유치 경쟁으로 카드를 남발하는 바람에 빚어진 지난 2003년의 카드대란은 과소에서 빚어진 부채급증 이유인데 반해 최근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급증은 살아가기 위한 빚으로 줄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한은의 가계부채현황을 보면 고금리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여신전문기관(신용카드사, 캐피털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용잔액은 55조2000억원으로 카드대란이 일었던 2003년 1ㆍ4분기(57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2005년 3분기 22조원을 저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린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이용잔액은 이제 카드대란 수준에 육박했음을 말해준다.

전체가계대출에서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비교적 많은 빚을 짊어진 개인이나 자영업자가 이자상환부담에 몰려 쓴 고금리 급전으로 다중채무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뇌관으로서의 ‘폭발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고금리다. 가계나 자영업자들이 무거운 금리부담으로 파산위험이 훨씬 증대된다는 점이다. 고금리 대출이다 보니 연체 시 이자폭탄을 맞게 되고 악성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거듭되다가 끝내 부도에 이르게 된다.

지난 1월 말 기준 신한ㆍ삼성ㆍKB국민ㆍ현대ㆍ롯데ㆍ하나ㆍ우리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8%, 현금서비스 평균금리는 20.66%다. 신용등급이 낮은 7~10등급의 경우 카드론 평균 이자율은 18.5%이며, 현금서비스는 21.6%대다. 법정최고이자율은 27.9%다.

살인적인 고급리인데도 카드사의 고금리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가계부채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상환능력을 따져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도록 하는 등 여신심사를 강화한 데 따라 은행권 대출이 어렵게 되자 대출수요가 고스란히 제2금융권으로 넘어왔다는 분석이다.

연체율과 연체자 증가추세는 이미 위험 수위에 올랐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3분기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 중 연체되거나 부실화된 카드론 자산은 2015년 말(1조2940억원)보다 1199억원(9.3%) 늘어난 1조4139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들은 보통 연체 기간이 90일을 넘기면 원금을 전액 회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연체건수도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드론 연체건수는 38만6325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7% 늘었다. 카드대란 당시 50만건을 넘어서던 카드론 연체건수는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40만건을 육박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작년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장실세금리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연체율 급상승에 대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 증가→돌려막기→대부업체 대출증가→가계부도 속출로 가계부채 뇌관이 ‘빵’ 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은행권 신용대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은 염려되는 시그널"이라고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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