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습기살균제 참사 주범기업 애경그룹이 소비자·시민안전 도외시" 맹 비난
제주항공이 후쿠시마노선 강행하는 반환경적 기업행태에 애경제품 불매운동 움직임

▲제주항공 여객기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애경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방사능 피폭에 따른 직원들의 안전문제 논란 속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부정기편 운항을 강행한다고 밝혀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애경그룹은 계열사 제주항공의 후쿠시마 운항계획을 취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 단체는 “제주항공이 소속된 애경그룹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기업 중 하나인데 또다시 소비자와 시민안전을 도외시하는 반환경적 기업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후쿠시마와 한국 간 정기 및 부정기 국제선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된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방사능 오염과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전세기의 일본 후쿠시마와 인천공항 왕복 운항 일정이 게재된 후쿠시마공항 홈페이지 ⓒ후쿠시마공항 홈페이지 화면 캡처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후쿠시마공항 홈페이지에 제주항공의 부정기편 운항스케줄이 등록됐다. 제주항공 전세기는 내달 18일 새벽 0시 후쿠시마공항에 도착해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 현지 승객들을 태우고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틀 뒤인 3월 20일에는 다시 인천에서 출발해 그날 오후 6시 35분 후쿠시마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전세기를 요청한 현지 여행사와 후쿠시마 관광청은 제주항공을 통해 2박 3일간 서울을 관광할 수 있다며 관광객 모집을 위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판촉물에는 항공권·숙박비·식비 등을 전부 포함해 5만9800엔(약 60만원)에 관광 패키지를 구매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제주항공 전세기가 189석 규모임을 감안했을 때 만석으로 운항할 경우 약 3700여만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제주항공의 승무원 등 일부 직원들은 사측이 직원들의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운항 스케줄을 피하기 위해 휴가를 내며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전문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이 운항을 강행키로 결정하면서 모그룹인 애경그룹의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애경은 유해성 논란이 있는 가습기살균제 제품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해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으나, 다른 기업들과 달리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어 기업윤리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조차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항공 논란과 관련해 애경그룹의 반환경적 기업행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제주항공은 탑승을 꺼리는 승무원들에게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언론의 우려와 달리 낮은 수준이라서 운항에 문제가 없다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측은 “지난 20일 오전 7시 기준으로 후쿠시마공항의 방사능 수치는 0.07μSv/h(마이크로 시벨토/시간)인데 반해 서울은 0.09μSv/h”라면서 “주 센다이 대한민국 총영사관 자료에 따르면 0.07μSv/h은 정상적인 수치”라며 후쿠시마보다 오히려 서울의 방사능 수치가 더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후쿠시마 공항은 핵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발전소로부터 서남쪽 방향으로 약 5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결코 안전한 위치라고 할 수 없다”며, “한번의 측정값으로 비교해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지속적인 측정값 비교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항공기 자체의 오염가능성과 제주항공 승무원의 안전문제, 후쿠시마에서 탑승되는 화물 등의 방사능 오염여부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참사의 방사능 오염과 후유증이 해결되지 않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후쿠시마 운항 계획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월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 한일시민사회조사단이 후쿠시마 일대를 방문해 현장 답사를 한 결과 60km 떨어진 후쿠시마 시내에서도 기준치 수십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가 측정됐다. 당시 조사단 6명이 3일 간 현지에 체류했는데 이후 한국조사단원 1명은 백내장, 일본조사단원 1명은 급성백혈병이 각각 발병해 후쿠시마에서의 방사능 노출이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달 9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발전소의 2호기 사고원자로에서 시간당 650Sv(시버트)의 방사능을 측정했다. 이는 핵사고 발생 다음 해엔 2012년의 측정치 73Sv의 9배에 달하는 수치다.

1호기 원자로는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 현상을 넘어 원자로 바닥을 뚫고 흘러내리는 ‘멜트스루’(melt through) 현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제주항공의 후쿠시마 노선 운항에 따른 방사능 노출 우려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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