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금투협회장 업무영역 놓고 '한판승부'
황회장, 법인결제 IB영역확대 등 요구…하회장, '은행업 넘보지 말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왼쪽)과 황영기 한국투자금융협회장 ⓒ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돈 장사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은행권과 증권계가 보다 많은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영역논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업에서 전업주의냐, 아니면 겸업주의냐의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양대 업권은 그동안 업무영역을 둘러싸고 간단없이 의견대립을 보여 오다 최근에는 두 업권의 권익단체의 수장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황영기 한국투자금융협회 회장이 대표주자로 나서 업무영역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황 회장은 최근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지난 6일 증권업에 대해 공평하지 못한 규제를 지적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증권업에 다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증권사에도 법인지급결제 허용, 은행권 등 다른 업권에 대한 신탁업 허용범위 확대 반대, 부동산펀드신탁에서의 다른 업권과의 불평등 해소, 파생상품시장 각종 규제 철폐 등의 제도개선이 이뤄지는데 노력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하 회장은 황 회장의 ‘기울어진 종합운동장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같은 논란을 없애려면 모든 업권이 다 같이 경쟁할 수 있도록 겸업주의를 통해 ‘종합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업주의의 기본 방향은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이 각각 다른 운동장에서 놀라는 것”이라며, “증권사에 대해 지급결제나 환전업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농구장에서 농구를 해야 하는 팀이 축구도 하겠다면서 손을 잘 쓰니 축구할 때 손을 쓰겠다고 하는 논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두 금융단체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업무영역을 살펴보자. 황 회장은 증권사에 대해서도 법인결제를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하 회장은 세계적으로도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가입한 곳은 없다면서 증권이 기업자금의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업을 영위하게 되면 엄청난 리스크를 안게 될 뿐더러 이는 은산분리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올 상반기에 시행되는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황 회장은 초대형 IB의 업무 영역에 우선 장외파생상품 규제를 완화하고 초대형 IB 발행어음을 퇴직연금을 포함시키는 등 더욱 다양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추가할 수 있는 업무는 대략 100가지 정도가 된다고 밝혔다.

반면 하 회장은 증권사가 대형화돼 해외IB와 경쟁하지 못하고 국내은행과 경쟁하는 결과가 빚어지면 IB육성의 취지와 목적이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즉 해외 투자은행들과 경쟁하라는 육성방안이 자칫 은행권의 업무영역을 침해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신탁업을 놓고도 두 단체장은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기본적으로  은행권 등 다른 업계가 신탁업을 통해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 회장은 “종합계좌투자(IMA)는 과거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과 동일한 상품”이라며, "신탁업이라고 해도 은행은 지점이 많고 영업력도 많아서 같은 업무를 허용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금융환경이 날로 악화되면서 금융업권 간 영역다툼이 다시 불붙으면서 단체장이 밥그릇 쟁취에 나선 형국이다. 사실 자본수익률 면에서 은행과 증권, 생명보험사는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은행 증권은 물론 국내 금융업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가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하 회장은 규모의 경제를 살리고 업무 범위도 넓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위기극복방안으로 겸업주의를 내세운다. 하지만 황 회장은 “사냥꾼은 사냥을 하고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를 해서 쌀과 꿩을 거래하는 교역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업권 간 경계가 사라져 버리면 다시 원시사회로 회귀하게 된다”고 말해 겸업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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