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들,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법안에 의견 접근…주총 온라인 투표 의무화도 합의

▲국회의사당(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대기업들의 지주사제도 도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재벌총수들의 전횡을 막을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에서의 재벌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선명성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대표소송제를 비롯한 일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의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여야 4당은 지난 9일 회의를 열고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의원들은 다중대표소송제의 본격적인 도입에도 큰 틀에서는 합의를 했다. 다만, 다중대표소송제 적용 대상 자회사의 요건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경우로 한정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30%만 보유하면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자회사에 해당 임원에 대한 소송 제기 요구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한 요즘 현실에 맞추어 대표소송제도를 확대·개선한 제도로 도입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손해를 보게 했거나, 그룹 총수가 사익을 위해 자회사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현재 시스템에서는 지주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그러나 시민단체나 정치권 등 도입 찬성론자들은 계열사들을 통한 대기업의 편법 상속이나 부의 증식 등을 막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종인 전 대표는 작년 7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전 대표는 모(母) 회사 발행 주식을 1% 이상 가진 주주가 자(子) 회사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채이배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김 전 대표의 안을 보다 확장했다.

김주영 변호사는 “지주회사의 주주도 자회사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전반적인 기업 구조가 과거와 달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며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의 주주는 지주회사밖에 없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자회사에 대한 문제를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여야의원들은 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온라인 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지난 2010년 5월에 일찌감치 도입된 제도지만, 지금까지는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지 않아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았다.

상장회사들이 이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도록 한다는 게 전자투표제 의무화다.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의 실질적 의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게 의무화 찬성론자들의 의견이다.

여야의원들은 이 밖에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임▶소액주주 등에 사외이사 선임권 부여▶기업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등에서도 활발하게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들이 1명에게만 의결권을 몰아줘서 그의 당선 확률을 높이는 제도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소액주주 측 이사가 이사회에 포진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을 별도로 뽑도록 하는 제도로, 감사위원 선임에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재계는 이같은 경제민주화추진을 위한 상법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2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상법 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지금도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의 다중대표소송제가 가장 강력한데 이를 더 강화하면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또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은 대주주 의결권을 크게 제한하는데 반해 외국계 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한국이 해외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상법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자료를 통해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자칫 기업을 모두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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