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KEB하나은행 간부 "최순실이 승진 도왔다" 진술 확보·민간은행 인사까지 '쥐락펴락'
무성한 의혹에도 '절차상 문제없다' 자신했던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소환임박에 '좌불안석'

▲김정태 회장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대출은 물론 독일에서의 돈 세탁을 도왔다는 커넥션 의혹에도 불구하고 KEB하나은행측은 그동안 ‘절차 상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해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 대출을 해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고속승진을 둘러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나금융이 수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법조·금융업계에 따르면 특검이 김 회장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독일 현지에서 최 씨 모녀의 재산 관리를 도운 이 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이 승진을 도와준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은행인 하나은행의 인사에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 2015년 말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화여대 학생 신분이었던 정 씨에게 최 씨 모녀가 소유한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연 0.98%의 저금리로 38만유로(약 4억8000만원)를 특혜 대출해준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이 본부장은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한 달여 만에 신설된 글로벌영업2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하나은행은 기존에 한 개 조직이었던 글로벌본부를 갑자기 두 개로 나눠 없던 자리를 만드는 등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을 단행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본부장의 승진을 두고 최순실 씨를 도와준 대가로 특혜성 승진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이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승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착 관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하나은행은 이 본부장에게 별도 사무실까지 제공,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려했다. 석연치 않은 움직임에 유착관계를 숨기기 위해 하나은행이 이 본부장을 조직적으로 비호해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이 본부장의 이름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이 본부장 승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은 김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검은 김 회장이 이 본부장의 승진 인사에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외압 사실이 입증되면 기존 뇌물죄 외에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불러 안 전 수석에게 이 본부장의 승진과 관련된 외압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했다. 특검은 이를 통해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정 전 부위원장을 통해 김 회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특검이 김 회장 소환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오자, 그동안 숱한 의혹제기에도 최순실게이트 연루 의혹에 선을 그었던 하나금융그룹은 좌불안석하는 모습이다. 이 본부장의 초고속 승진을 두고 불거진 의혹들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하나은행의 내부 감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그룹 신뢰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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