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사 무덤' 홍콩시장서 지난해 큰 이익…관리소홀과 허술한 내부통제로 대형사고 위험 높아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NH투자증권이 홍콩시장에 진출해 돈을 잘 벌고 있지만 관리소홀과 허술한 내부통제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좋은 실적이 한 방에 날라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그동안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앞 다퉈 진출했다가 실적 부진으로 잇달아 철수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증권사 무덤’으로 불리는 홍콩시장에서 유독 선전해 좋은 경영실적을 거두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지난 2015년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83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는 68억3400만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NH투자증권 6개 해외법인의 총 순이익 56억62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홍콩법인이 다른 법인들의 적자를 메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꿈꾸며 경쟁적으로 홍콩시장에 진출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 철수하거나 영업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국내 증권사들의 실패 속에서 NH투자증권이 선방한 비결은 무엇일까.

증권업계는 영업 저변의 확대가 도약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지난 2013년 김원규 사장 취임 이후 홍콩과 인도네시아를 해외 거점지역으로 삼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시켰다.

특히 2014년 말 홍콩 당국으로부터 신용공여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기업 대상 중장기 대출상품인 신디케이션론 사업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기존 투자은행(IB) 업무와 기관대상 영업까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국기관의 한국 주식 중개 중심에서 국내 고객을 위한 해외채권 중개 및 해외대체투자상품 공급 중심으로 영업 환경이 전환되면서 올 들어 실적이 급상승했다.

문제는 내부 관리와 통제가 취약해 대형 금융사고가 터질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NH투자증권이 새해들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해외 법인에 대한 관리 소홀로 경영유의와 개선 조치 등 행정 지도까지 받게 된 것은 금융사고의 위험이 배태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NH투자증권 본점과 홍콩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경영유의사항 2건과 개선사항 1건의 제재를 확정했다. 금감원은 NH증권 본사가 현지 해외법인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 홍콩법인은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온 것으로 드러나 이같은 제재를 받았다. 홍콩법인은 과거 집행 실적이 없는 항목 등에 대해 집행 가능성·규모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반복해 예산을 신청했다. 뿐만아니라 별도 승인절차 없이 예산 한도를 초과해 집행하는 등 예산을 불합리하게 계획하고 집행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홍콩법인은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지급 결제와 재무회계 등 후선 업무까지 맡겨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스스로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컴플라이언스 담당 직원의 다른 업무 겸직금지 등 컴플라이언스 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해 금융사고를 미연에 막을 것을 주문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에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을 줄여서 보고했다가 금감원에 적발돼 기관주의 조치와 과태료 5180만 원을 부과 받아 믿을 수 없는 증권사로 점차 고객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 증권사는 금감원에 ELS 현황을 보고하는 월례보고서에서 임의로 변동성을 축소해 ELS 평가손실 규모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8월 업무 보고서상 당기순이익이 247억 원 과대계상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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