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하나은행 직원들 소환해 정유라대출 적법성 조사…특검은 외환거래법 위반여부 집중

▲김정태 회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검찰이 최순실 씨와 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의 ‘금융커넥션’과 관련, 하나은행의 정유라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을 비롯해 최순실 씨가 재산을 독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돈 세탁이나 불법 외환거래 등이 있었는 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특검과는 별도로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하나은행의 보증신용장 대출이 적법하게 집행됐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지난 16일에는 신용장대출 관련 실무담당 직원을, 23일 해당 부서의 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정 씨가 비거주자 대출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봐주기’ 심사로 보증신용장을 발급해주고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법인은 이를 담보로 정 씨에게 38만5000유로(약 4억7500만원) 특혜대출을 해준 의혹을 사고 있다.

외국 거주자로 인정 받으려면 외국에 2년 이상 체류하거나 외국에서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 정 씨는 외국 거주자 자격을 입증하려고 하나은행에 독일 비덱스포츠 재직증명서를 냈다. 검찰은 그러나 정 씨가 2015학년도에 이대에 입학했고 해외 영업활동을 사실상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거주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씨가 이용한 보증신용장 대출도 시중은행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 제도로, 일부 불가피하고 특수한 경우에 한해 이용되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이런 보증신용장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편법성 대출 메커니즘을 직접 설계해 정 씨에게 소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측은 거주자 자격 확인은 통상 서류작업으로 이뤄지고 정 씨의 재직증명서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정상적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주자요건 심사를 소홀히 해 하나은행이 사실상 '봐주기' 심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용 금리는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특혜의혹은 더욱 짙다. 통상 은행에서 예금과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일반적으로 연 3∼6%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해외로 송금하려면 양국 은행에 환전수수료 등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정 씨는 하나은행의 신용장으로 독일에서 직접 대출을 받으면서 연 0.98%의 금리를 적용받았으며, 현지 송금 수수료도 내지 않았다. 특검은 정 씨가 신용장 대출로 챙긴 이자 차액만 약 1600만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 금리로 환산하면 약 3.2% 포인트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검찰은 이 과정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도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21) 씨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2015년 말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하며 정 씨 대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상화 하나은행 글로벌영업 2본부장을 최근 비공개 소환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귀국 후 특혜성 승진을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특검은 덴마크에 구금돼 있는 정 씨 송환이 이뤄지는 대로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순실 씨와 하나은행 간의 ‘금융유착’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특검과 검찰의 하나은행 수사에서 이들 간의 ‘검은 돈거래’가 단순히 이 본부장 개인 차원이 아닌 최순실 씨와 김정태 회장 등 하나은행 최고위층 간의 커넥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검찰도 이 부분도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대출은 물론 독일에서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하나은행이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독일 재산 관리 4대 조력자’ 중 한명으로 거론된 이상화 글로벌영업 2본부장에게 '비밀 사무실'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이 이 본부장에게 비밀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외부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배경에는 최고경영진의 ‘최순실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최순실게이트 발생 후 하나은행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으나 최근 독일 검찰이 최순실 씨의 돈 세탁에 관해 수사하고 있는 등 최 씨가 재산을 독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하나은행이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외환거래 부분에 대한 특별검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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