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의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대기업소속 계열사간 합병·영업 양도시 의결권 행사 금지

▲삼성화재가 찬성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주총 이후 같은 해 9월 2일 열린 통합 삼성물산 출범식 모습.(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 비금융계열사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몇 차례 행사했다. 삼성의 이 두 금융계열사는 지난 2013년 12월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영업 양도와 2014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에 대한 제일모직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748만주(4.8%)의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이 공정거래법상의 대기업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의 '예외조항'을 악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금융계열사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으나 외환 위기 후 재계의 요구에 따라 외국인의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임원임면, 정관 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사항에 대해서는 금융계열사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신설, 지난 2002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앞으로 삼성처럼 대기업 금융계열사들이 '예외조항'을 악용하는 것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18일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제 의원은 일명 ‘삼성특혜법’으로 지적된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예외조항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이 조항을 손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 의원을 비롯해 11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 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금융계열사들이 합산해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 한도를 3%로 제한하고, 재벌 소속 계열사 간 합병·영업양도 때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합병과 같은 계열사 합병에서 삼성의 금융계열사는 소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제 의원은 “현행 예외조항은 삼성화재 사례처럼 그 취지에 반해 대주주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며, “이제라도 금융보험사의 고객 자산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조속히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의원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의결권행사 실태를 살펴보니 예외조항 신설의 취지와 달리 특정 재벌의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동안 제11조 대기업금융계열사가 주총에서 예외조항을 통해 비금융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는 모두 132회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임원임면이 104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관변경(23회), 합병‧영업양도(5회) 순을 보였다.

특히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그룹계열 4개 금융보험사가 전체의 94%인 124회를 행사했다. 이 때문에 예외조항이 ‘삼성특혜법’이라는 비난을 샀다. 2002년 예외조항이 시행된 이후, 합병이나 영업양도와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가 삼성 소속 금융계열사에서 연이어 나타났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고객자산으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와 금산분리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상장사들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자,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재계 측의 요구로 예외조항이 신설됐다. 2002년부터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사항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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