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지배구조 청산하고 근로자 경영참여는 확대…재벌개혁은 시대적 과제로 새 성장동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3차 포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에 참석해 기조연설하는 모습.(사진=포커스뉴스)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최순실게이트’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이 국정 파탄의 주요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최근 재벌개혁, 나아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보수 진보 등 진영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재벌개혁은 우리경제가 당면한 핵심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 잠룡들 역시 출마 시 표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박근혜게이트’를 계기로 재벌개혁에 의한 우리경제의 새 성장동력 확보를 소리높여 주창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선이 끝난 후에는 추진하는 시늉만 내다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머지 않아 치러질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은 이번에는 재벌개혁을 기필코 단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데 따라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재벌개혁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천명했다. 문 전 대포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재벌척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재벌개혁을 사실상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재벌경제의 적폐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이를 시정하지 않고서는 우리경제가 바로 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를 무너뜨린 것이 재벌중심 경제의 폐해이며,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서민들이 잘사는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재벌경제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재벌 자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에 이르렀다"면서 "이번에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적폐를 청산해야 우리경제를 살리고 국민 모두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역대정부마다 재벌개혁을 공약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약한 탓도 있었고 규제를 피해가는 재벌의 능력을 정부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저는 이것만큼은 꼭 하겠다는 실현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날 제시한 재벌개혁 추진의 청사진은 크게 3개 방향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한편 재벌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금지하고 재벌대기업에 대한 각종 조세감면 특혜 등을 폐지,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벌도 양극화돼 경영이 어려운 곳도 있다면서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중에서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총수일가 전횡을 막기 위한 집중투표제, 전자투표 등을 도입하고 공정한 사내 감사위원과 이사의 선출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독일처럼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 우선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분야에 적용하고 점차적으로 재벌에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무노조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삼성의 경우 노조의 허용이 불가피해 오너일가의 제왕적 경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문 전 대표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해 대표소송 단독 주주권을 도입하고 다중대표 소송과 다중 장부열람권을 제도화하며, 재벌의 중대 범죄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위해, 지주회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무늬뿐인 지주회사로 오히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의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고,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육성과 골목상권보호를 위해 재벌들에 의한 골목상권 침해는 꼭 막겠다고 약속했다.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갑질 횡포’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를 강화해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나 서민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보다 엄격히 운용하고 재벌을 비롯한 산업자본과 금융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이야말로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경제정의와 함께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수 재벌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가계 등이 함께 성장하는 국민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이날 토론회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에 재벌개혁을 약속했었다"면서 "대통령 후보의 약속보다는 개혁에 대한 의지와 리더십을 보여주고 국민이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보진영의 재벌 개혁 방법론도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삼성도 법 앞에 예외여선 안 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도 불법행위를 하면 감옥에 갈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기 정부에선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을 보완하고 대기업집단법이라는 특별법 형태로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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