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측정해 고객만의 화장품을 개발, 배달해 주는 새시장 열어
친환경적 종이용기 개발과 3백만원 펀딩에 2천만원 몰려 화제

기발한 아이디어 화장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중소화장품업체들이 많다. 불황 속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회를 만들고 어려운 상황을 경쟁력으로 타개한 스타트업·중소기업 대표들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친환경 종이패키지에 담긴 톤28의 화장품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우리나라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복합성 피부'라는 데이터를 가지고 '한 사람의 피부는 부위별로 다르다'로 접근했다" '톤28'의 뷰티사업은 바로 이점을 착안한 데서 시작됐다.

화장품 스타트업 ‘톤28’(TOUN28)은 포화상태의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기위해 개인별 피부상태에 따른 맞춤형 천연화장품으로 미답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톤28은 주문 시마다 그때그때 제조된 신선한 화장품을 28일 주기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피부상담사가 측정기기를 가지고 직접 고객에게 방문해 피부를 진단하고 부위별로 다른 맞춤형 화장품을 제안하면 오직 자신을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화장품이 집으로 배달된다.

고객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여름에 샀던 화장품을 가을, 겨울, 봄까지 방치해뒀다가 다음해 여름에 다시 쓰거나 남아서 버리는 일이 없도록 환경정보를 반영해 딱 28일 간 쓸 분량만 만든다.

또한, 맞춤형 화장품 단 1단계만으로도 피부 부위별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할 수 있으므로 톤28은 스킨·로션·에센스 등 평균 7단계에 이르는 화장품 사용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톤28의 정마리아 공동대표는 “저만 해도 T존은 번들거리고 U존은 당기고 눈가·입가는 탄력이나 수분도가 가장 먼저 떨어진다”며, “기존에 스킨·로션·아이크림 등 단계적으로 바르던 화장품을 부위별로 달리 바르는 것이 시간과 비용면에서도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천연물 원료 기업 등 화장품 회사에서 10여 년간 일하면서 화장품을 개발하는 과정과 천연물소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친환경 시장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천연화장품도 결국 기존의 방식,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따라갈 수밖에 없으므로 정 대표는 ‘맞춤형 화장품’으로 눈을 돌렸다. 부위별로 다른 제품을 제안하고 한번 제품을 구매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진보된 피부관리 방법이 이미 포화된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고민 끝에 얼굴의 T존(이마·코)·O존(눈가)·U존(볼·턱)·N존(입가) 각 부위에 적합한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 28일 주기로 제공하는 뷰티 서브스크립션(정기구독)에 O2O를 결합한 톤28이 탄생됐다.

빅데이터 분석 활용한 피부측정 기술로 천연성분 99%·합성성분 0% ‘맞춤형 화장품’ 처방

▲피부 측정기기와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개인별 데이터가 산출되는 과정을 설명 중인 정마리아 대표.(사진=러브즈뷰티DB)

정 대표가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컸다. 천연원료 전문가인 정 대표와 톤28의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한 안지훈 CTO(최고기술책임자), 종이 패키지를 개발한 정범희 CDO(최고디자인책임자)와의 의기투합으로 피부측정과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 제조까지 해주는 톤28만의 풀 서비스가 구축됐다.

피부는 언제나 한결같지 않으며, 계절·미세먼지·자외선·시술 등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톤28은 맞춤형 화장품에 이러한 환경정보를 반영하고자 안지훈 CTO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64가지 피부유형과 7250가지 성분 가운데 가장 적합한 성분들로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조3000억원이었던 국내 천연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생활화학 제품 논란이 잇따라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의 사용을 꺼리는 케미포비아(화학물질공포증)가 확산해 ‘노케미족’이 늘면서 화장품에서도 천연성분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톤28은 천연과 천연 유래 성분으로 99%를 채우고 시중 화장품에 흔히 쓰이는 합성계면활성제·합성방부제·합성향·합성색소 등 모든 합성성분을 화장품에서 과감하게 제거했다. 피부에 꼭 필요한 글리세린과 레시틴 단 2가지를 제외하고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서 안전도 1의 등급을 받은 성분들만 사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마저도 곧 같은 기능을 하는 천연물질로 대체할 수 있도록 현재 개발 중에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실제 고객들을 만나 피부를 측정하면서 “시중 화장품에 흔히 쓰이는 코코넛오일, 알로에 성분에 대한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러한 민감한 피부들을 위해 각각의 알러지 성분들을 완전히 배제한 베이스 처방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톤28의 화장품 성분은 99%가 안전도 1의 성분들이지만, 더 민감한 피부를 위해 향후 모든 성분을 안전도 1로 맞출 계획이다.

개별 피부 측정에 따라 그때그때 제조되는 세상에 하나뿐인 1인 1처방 맞춤형 화장품이기 때문에 제품을 배송받기까지 기간은 여느 화장품에 비하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정 대표는 “보통 피부측정-제조-배송까지 10~14일 정도 소요되지만, 시스템 효율화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단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톤28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높아 펀딩 700% 달성…친환경 종이 패키지 시선 사로잡아

▲왼쪽부터 안지훈 CTO, 정마리아 공동대표, 정범희 CDO(사진=톤28)

톤28은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700%에 가까운 목표 달성으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당초 목표 금액인 300만원의 7배에 달하는 2000여만원 펀딩에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 제품 홍보와 고객 반응을 다방면에서 체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펀딩 참여자들은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호기심어린 반응과 함께 특히 화장품 용기로는 이색적인 종이 패키지에 대해 ‘예쁘고 친환경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패키지 개발은 시스템 개발과 더불어 톤28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톤28은 그간 화장품 가격의 90%를 차지했던 용기 비용을 과감하게 줄여 원재료 제형에 투자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용기 개발에 착수했다. 정 대표는 “우리는 ‘건강한 먹을거리 다음은 건강한 바를거리’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패키지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고민을 하다가 우유팩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유팩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화장품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필요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기 개발에 대한 어려움으로 고비가 세 번 찾아왔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패키지 소재 개발에 환경까지 고려하고자 하는 톤28의 가치가 담긴 패키지 기획안을 기존 화장품 용기 회사에 가지고 갔으나, 안전성과 품질면에서 여러 차례 테스트가 필요하다면서 만들 수 없다고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정 대표는 결국 식품용기를 개발하는 회사들을 접촉한 끝에 지금의 제조사를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톤28 종이 패키지는 음료를 담는 규격에 맞춰져 있어서 식품을 담아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약 1년 5개월간 5000만원이 넘는 투자비용과 100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종이 패키지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이의 특성상 구겨질 수 있고 누수·누액·변질에 취약해 안전성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 전문가로 톤28의 종이 패키지를 개발한 정범희 CDO는 “종이 패키지 개발 이후 고객 입장에서 제품이 자칫 음료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심미적인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수차례 개량과정을 거쳤다”며, “용기 입구 스크류 부분에 금속케이블을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률을 줄였고 이전까지 화장품 패키지에서 사용된 적 없던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 제형의 표시와 고객 이니셜을 새긴 택을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더한 지금의 종이 패키지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톤28은 현재 제공되는 부위별 총 네 가지 화장품 외에 향후 제품군을 더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정 대표는 “펀딩 이후 아토피 증상이 있는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는 세정제 종류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며, “앞으로 피부 측정 데이터들을 토대로 몸에 바르는 제품, 세정용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피부 측정 서비스 가능 지역인 서울, 경기권 외에도 서비스지역을 더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천연원료들을 알리기 위해 체험이 가능한 플래그십 스토어 등 오프라인 매장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톤28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며, “국내시장은 굉장히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마리아 대표 주요약력

-2002 숙명여자대학교 생명과학 전공

-2010 숙명여자대학교대학원 향장학 전공

-전 (주)바이오스펙트럼 생명과학연구소 (주)더미스킨 천연물 효능 연구 및 천연화장품 개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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