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위서 뇌물죄 관련 질문엔 발뺌·변명·동문서답식 답변 일관…'잘 빠져 나갔다'는 평가도

▲6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사진=SBS뉴스 캡처)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벌 저격수’로 통하는 특조위원들의 날선 추궁에 시종일관 진땀을 흘리며 당혹스러워하다가, 엉겁결에 폭탄 발언을 내뱉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박영선 의원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전문경영인 가운데 훌륭한 분이 있다면 경영권을 넘길 수도 있다”며 자신이 경영권을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언급을 최초로 했다.

또한 안민석 의원의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과 관련한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 대한 문책 요구에는 “저도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답해 안 의원이 “물러날 수도 있냐”고 되묻자 “제 책임이 있다면 물러나겠다”고 답했다.

그런가하면 미래전략실의 해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여러 의원님들 질타도 있으셨고 질문 중에 미래전략실에 관해서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으신 걸 느꼈다”면서 “국민 여러분들께나 우리 의원님들께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시면 없애겠다”고 답변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 창업자인 선대회장부터 부친 이건희 회장까지 유지해온 삼성의 컨트롤타워다.

폭탄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전경련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특조위원들의 전경련 해체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선배 회장님들도 계시고 (전경련 해체에 대해) 제가 감히 여기서 말할 바가 아니다”라면서 “한 가지 말할 것은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야 특조위원들의 날선 질문 공세에 십자포화를 맞으면서도 이 부회장이 뇌물죄 혐의 등과 관련한 중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 ‘모르쇠’로 일관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전에 준비한듯한 ‘잘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송구하다’ 등의 발뺌과 변명,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이번 청문회는 알맹이 없는 ‘맹탕’ 청문회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함께 자리한 총 9명의 재벌 총수 중 이 부회장에게 거의 90% 가까이 질문이 집중돼 ‘이재용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 부회장은 특조위원들로부터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의 대가성 여부, 전경련 해체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및 최순실 일가 등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최순실 씨를 언제부터 알았냐는 특조의원들의 질의에 이 부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 존재에 대해 알게 된 시점이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며, “정확한 시점은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43억원을 들여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말을 제공한 사실에 대해서는 “나중에 들어 알게 됐지만,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지원된 것을 인정한다.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된다”고 언급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공단 측의 연락을 먼저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삼성관계자들과 함께 국민연금 실무자를 만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최대주주라 만난 것”이라며, 당시 국민연금과의 미팅 자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여러 안건 중 하나로, 삼성그룹의 미래사업과 주주 친화정책에 대한 질문을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합병 비율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제 승계에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청와대가 압박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인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이 부회장은 “문화융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 삼성도 지원을 해주는 게 우리나라 관광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는 말씀은 있었다”며, “당시 정확히 재단 출연이나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못 알아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지원 요청을 받고 있지만, 한 번도 반대급부를 바라고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은 없다”며 대가성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이날 안민석 의원이 이 부회장의 전경련 활동 중단 선언과 관련해 전경련 해체 찬반의견을 대기업 총수들에게 물어 이들이 거수로 답하는 장면이 국회에서 연출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재벌 총수)아홉 분께 동시에 여쭙는다”며,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는 분들은 손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5명이 손을 들었다. 정 회장은 “(탈퇴)의사는 있다”고 말했고 구 회장은 “전경련 회장은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한다는 것이 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을 포함한 재벌총수 9명은 청와대의 재단 출연 요청을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출연의 대가성에 대해서 모두 부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 재직 당시 정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와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차은택씨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대가성을 인정하게 되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특검 수사까지 앞둔 상황에서 뇌물혐의가 적용돼 대기업까지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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