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면세점업계, 사드보복 강화땐 매출타격 심각하다며 '긴장'
한류열풍 꺾는 규제와 단체 '유커'의 한국 관광 규제도 대형악재

(사진=러브즈뷰티DB)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중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과 면세점 업계는 최근 중국 정부가 롯데그룹 현지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을 우리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보고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면세점과 화장품 등 국내 생활용품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 중 유독 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만 최근 전방위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현재는 롯데그룹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중국진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무역은 물론 한류와 관광분야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베이징·상하이·청두 등지의 중국 내 롯데마트·청두 롯데백화점 등 롯데 점포 150여 곳에 세무조사와 동시에 대대적인 소방안전 및 위생 점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중국 공장에도 중국 측 점검단이 나와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16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경기 남양주시 국유지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사드부지를 협상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사드부지를 제공한 데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를 필두로 향후 경제 보복조치가 국내 소비재 산업 전반은 물론이고 문화콘텐츠 수출에 대한 규제도 점차 강도를 더해 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화장품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의 이번 롯데에 대한 고강도 조사 실시여파는 그동안 중국 내 한류열풍과 더불어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화장품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장품과 면세점업계는 수년간 유커(중국인 관광객) 숫자 급증으로 해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10억1000억달러(약 1조1847억원)로 전체 화장품 수출액인 28억2000만달러(약 3조3079억원)의 35.8%를 차지했다.

중국 당국은 롯데조사 이전에도 사드에 대한 보복규제의 일환으로 화장품에 대한 위생허가를 갈수록 까다롭게 하고 있다. 달팽이 크림으로 중국시장에서 대박을 친 잇츠스킨은 사드 후폭풍으로 주요 성분인 ‘뮤신’에 대한 중국 위생허가(CFDA)를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받지 못해 영업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날로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중국국가질검총국 등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의 통관 거부는 148건으로 지난해 전체 130건을 훌쩍 넘어섰다. 질검총국이 올해 1~9월 통관을 거부한 전 세계 식품과 화장품이 2279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산 비중은 6.5%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통과 거부 건수 중 한국산 비중이 4.3%였던 것에 비해서도 급증한 수치다. 이 기간 통관 거부 국가 중 한국은 대만(583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사드 후폭풍은 한류와 관광분야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국가여유국은 지난 10월 25일 불합리한 저가 여행을 규제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를 20% 감축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어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限韓令)에 중국 정부의 강도높은 현지 롯데그룹 전수조사까지 겹치면서 면세점 업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면세점에서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신라·SK워커힐·동화면세점 등 국내 4개 면세점의 중국 관광객이 쓴 돈은 5조35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4곳 면세점의 한해 매출인 8조859억원의 62%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주요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 중 화장품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국내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품목이 화장품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이 화장품 구매에 쓴 돈은 무려 1조532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롯데면세점에서 사용한 전체 금액 2조9447억원의 5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성 조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다면 국내 면세점 업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면세점 시장 규모는 지난달까지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60~70%대로 집계된 가운데 면세점업계 매출의 '큰 손'이었던 중국 관광객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업계는 대책 강구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신규 면세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난 상황에서 이달 4개의 신규면세점 특허가 추가로 발급된다면 업계 내 경쟁 심화는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수년간 매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 관광객 숫자가 감소할 조짐을 보여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현실화 되면서 향후 면세점 업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며, "여기에 서울 시내 면세점까지 추가로 생긴다면 무한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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