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전 본부장 등 이재용 부회장 면담자리서 합병비율 조정요구…삼성측, 배임소지 들어 거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 삼성물산주주들이 불리하다는 점을 들어 삼성측에 합병비율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삼성측이 결정한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결국 삼성측의 당초 합병비율대로 합병찬성을 의결한 배경에는 청와대 등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게이트 국정감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합병비율 조정을 의사 타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정재영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장은 국정조사위원들의 질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7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중 삼성그룹 삼성미래전략실 사장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당시 이 자리에는 국민연금 측에서 홍 전 본부장 등 4명,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 등 4명 총 8명이 배석했다.

정 팀장은 이날 회동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 “합병비율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이에 삼성 측은 ‘합병비율이 이미 결정돼 발표가 됐기 때문에 합병비율을 바꾸게 되면 주주한테 배임이 발생할 수 있어 쉽지 않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이 이에 대해 “누가 그렇게 답변했느냐”고 묻자 정 팀장은 “김종중 사장이 답변한 듯하다”고 대답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합병비율을 고쳐달라는 국민연금의 요청이었느냐”는 질문에 정 팀장은 ”내부 분석에 의하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수정해줄 수 있는지 요청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삼성에 합병비율 변경을 요청한 것은 국민연금 스스로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소리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정 팀장은 “저희한테 주어진 것은 합병안을 받든지 반대 하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최종 의사결정은 투자위원회에서 할 수 있고 현장에 간 사람은 결정 권한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와 상속세 등 세금회피 목적이 본질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식 매도를 통해 주주가치를 하락시켰음은 물론 삼성물산은 건설 수주액을 합병 이후 발표함으로써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문형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최광 국민연금이사장 등과 함께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논의한 적 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문 이사장은 ”합병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 개별투자는 기금운용본부가 전담한다. 국민연금 이사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입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합병 시 삼성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1:0.35 비율에 대해 국민연금은 0.45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을 언제 알았나”라는 질문에 문 이사장은 “사후에 알았다. 전술적 투자는 보건복지부나 공단이사장이 간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이사장은 “보건부장관 시절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종용하는 전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 기금운용본부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한 후 전화통화를 했다”고 해명했다.

문 이사장은 홍 전 본부장이 합병 건에 대한 투자심의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면담한 데 대해서도 “사후에 보고를 받았다"며, "일상적 업무 차원에서 면담을 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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