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보호 위해 적자기업 안된다면서 투자기회 제공 이유로 상장 허용은 설득력 떨어져
적용 케이스 삼성이 유일해 내부에서 조차 '삼성위해 고쳤다'는 비판…최순실 씨 입김?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특혜 의혹에 대한 거래소의 해명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0일 증권계에 따르면 거래소가 연초 갑자기 상장규정을 개정해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우선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적자기업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사례는 아직까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거래소가 느닷없이 상장 규정을 개정해 적자를 기록한 특정기업에 상장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한 케이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한 개 기업을 위해 상장 규정을 개정한 것이며, 그간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이 규정이 바뀌게 된 배경을 대부분의 직원은 잘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거래소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 규모가 2조~3조원에 이르지만, 코스닥시장의 최대 공모 규모는 4000억 원에 불과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시장을 두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적자기업으로 기본적인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장벽을 뚫기 위해 거래소 등에 로비를 벌여 상장 규정을 개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거래소 측은 이 의혹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요청이 아니라 코스피 시장의 적극적 상장유치 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거래소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치를 위해 코스닥 시장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이를 위해 상장규정을 고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 관계자 상당수는 이를 두고 "거래소가 적자기업의 코스피 상장 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란 한 개의 기업을 위해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지난해 6월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부 언론은 국내 성장 유망기업의 해외거래소 상장 추진에 대한 투자자의 투자기회 상실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다"며, "이에 상장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즉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투자기회를 뺏기지 않으려고 상장 규정까지 개정했다는 것이다.  

거래소측은 그러면서 해외의 사례를 인용, 적자기업에 대한 상장문호를 개방한 데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 측은 "코스피 시장 상장 요건 완화는 해외 주요 거래소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상장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적자기업 상장이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증권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측은 상장 규정을 마련할 때부터 해외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외국과는 달리 적자기업의 상장을 제한한 것은 투자자 보호를 한층 강화하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자기 삼성바이오로직스에만 적용하기 위한 상장 규정 개정은 특혜의혹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가장 큰 이유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이 특혜의혹에 대한 보도에서 "금융당국의 이례적 상장 규정 완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가치가 올라가게 됐고 그 결과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2년 설립됐고 3년 연속 적자(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 당기순이익은 흑자)를 기록해 코스피시장 상장요건엔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이전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려면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거나 이익이 30억원이 넘어야 가능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장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 규정 요건을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개정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10조3200억원, 자본총계는 올 6월 말 2조7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10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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