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문형표, 국민연금 움직여 삼성합병안 찬성 지휘" 주장 나와
국민연금, "사실무근" 펄쩍…석연찮은 정황 너무 많아 설득력 낮아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찬성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극구 부인해왔던 국민연금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안 결정 당시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적정하지 않아 막대한 투자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최소 59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 성사로 인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천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국민연금의 비상식적인 결정을 두고 대가성 의혹이 거론됐다.

청와대가 삼성의 최순실 씨측 지원에 대한 대가성으로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해 합병 성사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을 움직였다는 의혹에 대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청와대·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증언이 나와 큰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한겨레는 안 전 수석이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주도했고 결정 방식도 청와대 지침대로 진행됐다는 청와대·복지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실무라인은 놔둔 채 국민연금 쪽에 찬성 결정을 하도록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문형표 이사장이 안 전 수석과 함께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관계자들의 주장도 나왔다.

이는 줄곧 합병 찬성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온 연금의 해명을 뒤집는 증언으로 국민연금의 해명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문 이사장은 복지부장관 시절 삼성물산 합병 찬성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 없고 소관부서와 실무자에게 찬성 압력을 가한 적도 없다”면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역시 이날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완전한 오보”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불거지면서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의결권 결정 과정을 종래와는 정반대의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삼성물산 합병안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면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내부 인력만 참가한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을 내리면서 당시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 참가하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했다. 이에 전문위원회 위원들이 합병 결정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총수일가만 이롭게 한다며 항의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위원회가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법감시인의 의견을 들어 표결 방식과 절차를 마련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경제개혁연대는 24일 논평을 통해 “국민연금은 과거 10년 동안 내부규정에 따라 투자위원회에서 주주총회 안건을 전문위원회로 넘길지 말지를 먼저 결정하고 자체 결정하기로 정한 경우 그 의결권 행사의 방향을 정했으나 삼성물산 합병안은 이와는 정반대의 순서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안 의사결정을 하기 2주일 전 SK그룹 합병안에서도 지켜지던 안건 회부의 원칙이 삼성물산 합병안부터 바뀐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안 찬성 결정 절차와 방식뿐 아니라 당시 찬성을 주도했던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주총회 직전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면담한 것도 논란이 됐다.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 주요 주주와 통상적 면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해왔으나,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을 비롯해 내부에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 전 본부장이 독단적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을 면담한 것과 관련해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청와대의 국민연금 외압 정황은 문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의 임명 과정에서 나타났다.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메르스 사태 부실 대응으로 경질되고도 4개월만에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임명돼 당시 자질 논란과 외압, 보은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당시 장관이었던 문 이사장은 안 전 수석과 호흡을 맞춰 삼성물산 합병안의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문 이사장이 합병을 성사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청와대의 비호 아래 통상적인 임용과정보다 빨리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 전 본부장의 석연치 않은 임용 과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홍 전 본부장이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낮은 서류평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아 최종 낙점된 것과 현 정부 실세인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구고 동창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임용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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