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수사결과 ‘피해자’로 규정됐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식’의 대가성 정황 충분
정의당 “5대 재벌들 3조7천억 이득 봤다”…박 대통령, 전경련에 ‘노동개혁 종합선물세트’

▲ 검찰이 삼성 미래전략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사진 JTBC 뉴스 캡처)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돈을 버는 일에 있어서 누구도 재벌대기업을 따를 수 없다. 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이들은 그야말로 강압에 못 이겨 미르·K스포츠재단에 8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날리고 말았을까. 대가 없이 큰 손해를 보고 말았을까.

적어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재벌대기업들은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의 강압에 의해 돈을 뜯긴 사실상 피해자다.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적용은 이뤄지지 않아 대가성 거래도 없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재벌이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는 정황이 너무나 많다. 재벌대기업들은 정경유착이란 검은 거래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식’의 기가 막힌 장사를 한 혐의가 짙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최순실 게이트에서 ‘재벌도 공범’이라고 규정한다.

재벌대기업이야 말로 검은 거래의 진짜 수혜자이자 공범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검찰 공소장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최근 검찰이 삼성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면서 재벌대기업들이 돈을 낸 대가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점차 베일을 벗어가고 있다.

정의당 미래정치센터가 정리해 23일 발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기업의 검은 거래 의혹들을 보면 “삼성, 현대차 등 5대 주요 대기업들은 총 808억 원을 투자 혹은 뇌물을 주고, 약 3조7천858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추산했다. 순이익으로 따지면 삼성·현대차·SK·한화·CJ 등 5대 그룹들은 결과적으로 3조7천억 원을 벌어 무려 45배가 넘는 불로소득을 챙긴 셈이다.

삼성은 최순실씨에 대한 지원을 통해 천문학적인 ‘대가’를 챙겼다는 의혹에서 독보적이다. 미래정치센터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 35억 원을 직접 건넨 것을 포함해 비덱스포츠 지원 등에 약 458억 원을 투자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삼성에 돌아온 반대급부는 거대규모에 달했다. 미래센터는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4천758억 원의 이익, 올해 9월 바이오·헬스 등 주력분야 세액공제 확대에 따라 약 1조3천억 원의 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대해선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KD코퍼레이션 납품, 더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등에 201억 원을 출연 및 투자했다. 이후 삼성동 한전 부지(10조5천억 원) 매입 및 추가 개발비용 등을 투자로 인정받으면서 약 8천억 원의 세금감면을 받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파견법 개정안 통과 시 장기적으로 약 6천100억 원의 이득을 얻을 것으로 정의당은 추정했다.

SK에 대해선 미르·K스포츠재단에 약 111억 원을 출연한 뒤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석방 받은 점을 거론했다. 한화에 대해선 해당 재단에 25억 원을 출연한 뒤 매출 4천억~5천억 원 규모인 서울시내 면세점(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 사업권을 취득한 점을 꼽았고, CJ는 해당 재단에 13억 원을 출연한 뒤 1천600억 원대의 배임·횡령 혐의로 수감 중이던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사를 받은 점을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검찰이 20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로 ‘재벌기업들도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표를 해 재벌 봐주기 논란이 불거졌다”며 박 대통령이 재벌들의 민원에 대한 대가로 ‘박근혜표 노동개혁’을 밀어붙인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대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한 시기, 전경련 등 기업단체들과 박근혜 정부와의 일정, 박근혜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노동개혁의 타임라인이 정확히 일치한 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 측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24일 기업총수 17명을 만나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요구했고, 2주 뒤인 8월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개혁 추진 입장을 밝혔다. 이어 8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노동개혁 관련 홍보비 30억 원 배정했고, 이 홍보비로 고용노동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홍보했다.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부처보고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현황 및 추진계획’을 보고받고, 9월 3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터키 앙카라 B20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도 현재 논의 중인 노동개혁을 조속히 추진해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편, 파견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고용창출이 가능한 노동시장 구조로 바뀌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 측은 이승철 부회장의 발언이 정부의 노동개혁안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9월 11일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현대자동차 노조를 직접 거론하며 노동개혁 논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고, 기재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개혁 향후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9월 15일 노사정위에서는 노동시장구조개선 합의를 도출했는데, 동시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비공개 보고를 진행하고 17일 노사정합의에서 노동계가 반대했던 내용을 넣은 노동5법을 발의했다.

송 의원 측은 이어 9월 16일 미르재단에 기업 출연금 486억 원이 입금 완료되고, 27일 미르재단 현판식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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