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유독 최순실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반대급부' 노린 때문인 듯
청와대·정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시 국민연금에 삼성지원토록 압박한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러브즈뷰티 비즈온팀 안옥희 기자]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씨쪽에 239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삼성이 이토록 최 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지기 전인 정권 초기부터 이미 최순실 씨 존재와 영향력을 알고 있었다. 최소 2년 전부터 청와대 ‘비선실세’ 관련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정보력의 원천은 그룹 내에 운용 중인 정보팀과 분석팀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 정보팀은 국가정보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보력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삼성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유독 최 씨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치밀한 계산 아래 이뤄졌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은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수사 당시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명재산이 드러난 이건희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좋은 일에 쓰겠다며, 1조원대의 사재출연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 앞에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 회장의 와병과 함께 묻혀가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 중인 이재용 부회장 역시 부친의 약속 이행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이 함구하고 있어 사재출연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봤을 때 삼성이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즉 대가성 없이 최 씨쪽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정설이다. 삼성과 한화의 2조원 규모의 ‘방산빅딜’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삼성의 최 씨쪽 지원은 기대이익에 견주어 그야말로 소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정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하라" 압박 정황

삼성이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에서도 드러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작업인 두 회사 간 합병을 앞두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의사결정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최 씨 자금 지원에 대한 삼성의 ‘민원’을 해결하기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나선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7일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한 위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위원은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을 여러 차례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위원은 “지인이 ‘청와대의 뜻이다. 찬성을 표시해달라’는 전화도 받았다”고 주장하며, “‘청와대’를 곧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삼성이 자체적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 위원은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찾아와 합병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작업인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은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당시 국내외 투자회사·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1:0.35로 책정되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합병비율을 두고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쪽에 유리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삼성 7900억 혜택·이재용 지배구조 강화 이익, 국민연금 6000억 상당 손실 추정 

합병 성사는 결정적으로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합병 성사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에서는 적정 합병 비율을 1:0.46으로 추산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1:0.35 비율에 찬성표를 던졌다.

또한,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전문위원회도 거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됐다. 여기에 표결 이틀 전 이 부회장과 면담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국민연금이 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합병에 찬성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주가하락 등으로 인해 삼성물산에서 3155억원, 제일모직에서 2753억원 등 총 5908억원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의사결정권자였던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6월 시민단체들로부터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특히 홍 본부장은 친박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창으로 현 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의 당사자 중 한명으로 알려져 유착 의혹을 키우고 있다.

삼성은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에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합병 성사로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된 반면 이 부회장 등 삼성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안철수 국민의당(전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한달동안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삼성물산의 전반적인 주가하락을 이끌었다”며, “결국 합병비율은 1:0.35로 결정됐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율 34.98%를 보유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적정 합병비율이라고 추산한 1:0.46으로 합병됐다면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가의 지분율은 3.02%포인트 떨어진 31.36%에 그쳤을 것”이라면서 “합병비율로 인해 삼성가가 7900억 원(지난해 10월 1일 종가 기준)의 혜택을 본 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기준 2156만 명으로 추산된다. 2000만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기금의 이익을 반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마저 어기면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까지 합병에 찬성한 것과 관련해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15일 참여연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뇌물공여죄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도 뇌물수수죄로 고발됐다. 이들은 “이 부회장 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의혹과 정황이 드러났다”며, “최순실 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들이 삼성에서 받은 자금은 현 정부가 경영세습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제공된 뇌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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