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방어 위해 날린 천문학적 '국민혈세' 탕진 책임문제 대두
정치권, 국민연금 합병찬성 관련 삼성과 최순실 부당거래 의혹 철저 조사 촉구

(사진=박정 더불어민주당의원실)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서 삼성이 최순실 씨(60)와 딸 정유라 씨(20)에게 35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선뜻 지원한 데 대해 대가성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 씨측 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딸 정 씨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 이뤄진 시기가 삼성이 주요 인수 합병 사업 등을 추진한 시기와 겹쳐 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건이 맞물린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었다.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인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이 1:0.35로 책정되면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국내외 투자회사·의결권 자문사들이 삼성물산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공정하다며, 합병에 반대했다.

엘리엇 등의 반발로 합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 삼성물산에서 11% 넘는 지분으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이 성사됐다.

이를 두고 삼성이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을 움직이기 위해 현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측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 주주총회 직전 이 부회장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윤경의원, “삼성물산 합병 관련 국민연금 의혹, 검찰 철저히 조사해야”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5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거치지 않고 최순실 씨 모녀에게 35억 원을 직접 지원이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준 뒤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제 의원은 ▲국민연금의 비정상적인 주식거래와 합병 찬성 과정에서 삼성과 국민연금의 사전공모나 주가 조작여부 ▲국민연금의 비정상적 합병 찬성 결정에 외압·청탁·뒷거래 여부 조사 ▲삼성그룹의 의도적인 삼성물산 주가하락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 의원은 “삼성이 아무런 대가없이 최순실 모녀에게 수백억 원을 지원했겠냐”며,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돼 이재용 일가가 부당하게 이득을 본 지분가치만 수천억 원에 달하므로 삼성과 국민연금의 주가조작이나 배임혐의, 삼성과 최순실 일당과의 부당거래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국민적 의혹을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제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상장 전인 지난 2014년 10월 7일 주식 13.75%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합병 전 마지막 거래일에 4.21%(657만3913주)를 매도했다. 합병 결의 이후에는 다시 11.88%로 보유비중을 늘렸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합병 전 주식매도는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이 부회장의 지분율 상승에 기여했다. 또한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매수는 주주총회 합병 성사를 위한 의결권 취득에 도움을 줬다.

당시 투자의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실은 “양사(삼성물산, 제일모직)의 적정가치에 기초해 합병비율을 구해보면 1:0.46이며, 합병비율에 있어서는 삼성물산이 다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합병 성사의 열쇠를 쥐고 있던 최대주주 국민연금은 이러한 손해를 알고서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제 의원실에 따르면 이 모든 논란이 합병비율 산정과 관련돼 있다. 고등법원의 판단을 수용해 삼성물산 합병가액을 재산정하면 6만4126원으로 15%가량 상승하고 이를 토대로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면 1:0.35에서 1:0.4로 상승하게 된다.

제 의원측은 이를 합병 후 재상장가에 기초한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을 거들다 581억 원의 손실을 본 반면, 이재용 부회장 일가는 3718억 원의 추가이득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재산이 삼성 오너 일가에 편법적으로 이전됐다고 제 의원은 지적했다.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건에서 비정상적 의사결정 행태로 뒷거래 의혹 재점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둘러싸고 국민연금이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행태를 보인 것과 관련해 외압이나 청탁·뒷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합병 결정 당시 의결권 자문기관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전문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져 논란을 샀다. 국민연금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현 정부에서 ‘친박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기동창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가능하게 한 힘은 삼성물산 지분 11.88%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삼성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약 6000억 원(삼성물산 3155억원·제일모직 2753억원 총 5908억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약 60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의 손을 들어준 과정에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개입됐다고 보인다”며, 국민연금이 삼성의 편을 들어준 것은 “최경환 사람인 홍 전 본부장이 삼성에 큰 선물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SK C&C와 SK의 합병건에 대해서는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반대했으나 약 보름 후인 7월 똑같은 합병 비율 논란이 불거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는 찬성을 결정해 애매한 평가 잣대로 지적을 받았다.

삼성의 최순실 씨측 재단 기부금 출연과 특혜 지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기가 모두 맞물려 합병 논란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 직전 홍 전 본부장이 이 부회장을 만나 면담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그간 제기됐던 뒷거래 의혹도 재점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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