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행장은 ‘낙하산 인사’ 받으려 감사직 근 2년 비워 둬?
‘낙하산’ 많은 은행 오명에 은행장자리 노리는 외압설도 파다

▲ 윤종규 행장(사진 KB국민은행)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많은 낙하산인사 등 ‘외풍’에 매우 취약하다는 비판여론이 높은 윤종규 은행장이 이끄는 국민은행이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최순실씨 조카에게 유령회사를 만들도록 권유한 후 ‘편법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전히 외풍에 약한 면모를 또 다시 드러냈다.  

뉴스방송 YTN은 국민은행의 한 지점이 지난해 12월 최 씨 조카 장 모 씨에게 베트남 유치원 투자를 목적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유령법인을 세워 투자하도록 권유했다고 유치원측 관계자가 밝혔다고 14일 보도했다.

최순실씨의 언니로 역시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득 씨의 건물에 세들어 있는 이 국민은행 지점은 지난해 장 씨에게 베트남 유치원 투자자금으로 이 건물을 담보로 12억 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민은행이 이 과정에서 장 씨에게 편법대출을 받도록 사주한 점이다. 국민은행은 유령법인설립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후 이 법인에 실제 대출까지 해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베트남 법상 외국인이 개인 자격으로는 법인에 투자할 수 없고, 국내법으로도 개인이 거액의 외화를 반출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어 국민은행 측이 이를 피할 수 있는 ‘편법대출’ 방법을 장 씨에게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장 씨에게 유령 법인을 세우도록하고 이 법인을 통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장 씨 대출에 이같이 과잉친절이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대출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은행직원이 유령법인 설립 등을 상담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윤종규 행장이 낙하산인사를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여 ‘낙하산 집합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압에 손을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닌 점에 비추어 최순실 씨 조카에 대한 ‘편법대출’ 의혹은 단순히 지점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윤종규 행장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상임 감사직을 지난해 1월부터 2년 여간 비워두고 있다. 내부 비리를 통제하며 경영진을 견제하는 감사직은 장기간 공석상태로 놓아둘 수 없는 자리다. 일각에서는 그런데도 윤 행장이 ‘정권 낙하산을 위해 비워둔 자리’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윤 행장은 인사권을 금융당국이나 청와대에 맡긴 것 같다는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다.

낙하산인사에 대한 윤 행장의 경계는 오래전에 무너졌다. 관료 낙하산 인사도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가운데 임원급으로 취업한 공직자·금융권·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곳이 KB금융이다. KB금융의 낙하산 인사는 14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민은행장 자리를 놓고도 낙하산설이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의 고위 인사가 국민은행장 자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최순실 사태로 당분간 윤 회장의 행장 겸직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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