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주주체제’ 은행장 선임 등에서 낙하산 막아 자율경영할지는 의문
증권 보험 펀드 등 참여 과점주주 이해 달라 지주회사전환도 쉽지 않아

▲ 이광구 행장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지분의 상당부분을 매각해 우리은행 지배구조는 과점주주 지배구조로 바뀌었다. ‘4전5기’의 매각성공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은행이 순항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과점주주에 의한 은행경영방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물고 국내에선 첫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3일 우리은행 지분 인수 최종 낙찰자로 본 입찰을 제안한 8개사 중 KTB자산운용을 제외한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7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돌아간 최종 낙찰 물량은 29.7%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6.0%의 지분을 낙찰 받아 가장 많고, 한국증권과 한화생명, 키움증권, 유진자산운용, 동양생명은 각각 4.0%의 지분을 낙찰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7%의 지분을 낙찰 받았다.

당초 공자위는 입찰에 참여해 4% 이상의 지분을 인수하는 투자자 모두에게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6% 이상을 낙찰 받으면 2년으로 책정된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늘리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이번 낙찰자 중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곳은 동양생명과 키움증권, 한국증권, 한화생명,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5곳이다.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내달 30일 열린 우리은행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에 매각한 29.7%의 우리은행 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우리은행 잔여 지분 21.4%를 훨씬 초과하는 규모다. 예보는 매각을 종결하는 대로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매각으로 회수될 공적자금이 약 2조4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써 정부는 우리은행에 투입된 12조8천억 원 중 이번 매각을 통한 회수 액을 포함해 총 10조6천억 원을 회수하게 됐다.

지분 매각은 일단 성공했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과점주주’는 성공의 일등공신이면서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흔하지 않고 국내에선 첫 시도다. 향후 우리은행은 보험사 2곳(동양생명, 한화생명), 증권사 2곳(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사모펀드(IMM PE) 한 곳 등 5개가 과점주주를 구성한다.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우리은행장을 선출하고 경영을 주도한다.

우선 경영에서 과연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과점주주들에 의한 자율경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매각에서 투자자들이 최대 8%까지 지분을 살 수 있었지만, 과점주주 대부분이 최소 희망 물량인 4% 이하로 입찰에 참여한 것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일정기간 동안 중요 경영사항에서 정부의 관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과점주주들의 이사회로 새 행장을 선임하는 구조를 만들어 ‘낙하산’ 인사를 막아 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우리은행은 전례에 비추어 다른 은행보다 이런 우려가 더욱 크다.

그간 우리은행에서 새 회장이나 은행장이 선임될 때에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새로운 지배구조가 다수의 과점주주로 구성됐지만 주인이 없는 상황은 지속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낙하산 인사 형태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여지도 크다.

당장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광구 행장의 연임여부가 주목된다. 현재는 연임보다는 퇴진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가 낙하산 행장으로 그동안 우리은행 영업에서 별다른 실적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우리은행 지분매각만 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한 정부의 매각성공으로 보아야지 공을 이 행장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국정파탄을 몰고 온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점에서 연임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물론 낙하산에도 불구하고 경영능력이 탁월해 좋은 평가라면 모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점에서 우리은행 안에서도 연임을 점치는 사람은 드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점에서도 이 행장의 퇴진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나라가 혼란상황인 가운데서도 우리은행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관료출신 등 낙하산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과점주주들이 과연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율적인 새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을는지가 주목된다.

선장이 많은 과점주주지배체제가 성공적인 은행경영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증권과 보험,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 등 주주 성격에 따라 이해가 엇갈린다는 점에서 방향을 못 잡고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당장 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5명의 생각이 일치되는 인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지분 매각 성공을 계기로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로의 전환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금융지주사 체제도 고민스런 문제다. 은행만 갖고 수익을 내고 경쟁하기엔 현재 금융시장 구도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해가 다른 과점주주들이 지주회사체제에 얼마나 공감할는지도 의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줄곧 “민영화에 성공하면 증권,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자회사를 꾸려 지주사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이 행장의 지주회사구상에 대한 새로운 과점주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를 가능성이 높아 지주회사전환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잔여지분(21%)도 실질적인 자율경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나머지 정부지분을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잔여지분에 의한 경영개입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민간은행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관여해 관치금융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잔여지분으로 우리은행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다만 지분 매각 과정에서 지배구조나 경영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문제다. 공자위 관계자는 “향후 지분 매각 때는 주가(가격)가 가장 주된 기준이 될 것”이라며 “많은 물량이 팔게 될 경우 주주 변화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1%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완전한 민영화의 길로 가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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