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사태로 계열사매각 압력에 '헐값 매각' 잰걸음큰 몸집·건설경기 불확실성 요인으로 매각 순탄치 않을 전망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KDB산업은행이 내년 상반기 대우건설의 매각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가운데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의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8일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지분 전량 매각을 의결하고 매각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매각주관사 선정 공고에 이어 매도 실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대우건설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공고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KDB밸류제6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지분 50.75%를 보유한 대우건설의 최대주주다. 지난 2011년 유동성 위기를 겪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주당 1만5000원을 들여 대우건설을 매입하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총 3조2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현재 시장가격이 주당 6000원대로 매입 시점의 절반 이상으로 떨어져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매각으로 인한 조단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산은은 내년 10월 사모펀드 만기일에 맞춰 매각을 택했다. 이처럼 산은이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지난해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문제로 비금융자회사를 빨리 처분하라는 외부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매각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으나, 국내 굴지의 대형사를 해외에 헐값으로 넘긴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이 예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가장 이상적인 해법으로 국내 건설사나 사모펀드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연매출 10조원 규모에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4위에 달하는 대형사인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해외 손실을 털고 최근 16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손실을 추스르는 단계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와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높은 주택사업 비중으로 인해 대우건설 인수 메리트가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내년 국내 주택 시장 규제가 예상됨에 따라 내년 주택업황과 건설업황이 지금보다 침체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수주물량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사 특징상 내년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업체들이 대우건설의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매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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