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품질논란·노조파업 등으로 현대차·삼성전자 초라한 성적표
'투톱' 흔들려 제조업 마이너스 성장…위기상황서 한국경제 ‘적신호’

▲최근 발화·리콜로 단종되면서 삼성전자에 큰 악재가 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과 선루프 결함으로 국내와 미국에서 리콜 실시된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사진=삼성전자/현대차)

[데일리비즈온 안옥희 기자] 우리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투톱’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최악의 실적을 거두며 휘청거리면서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국내 대표 ‘투톱’ 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 품질 논란, 노조 파업 등으로 실적 악화에 허덕이면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른바 '어닝쇼크'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6일 현대차의 3분기 경영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22조837억원, 영업이익은 1조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9.0% 각각 줄어들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전 분기를 통틀어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지난해 6.9%에 이어 올해 상반기 6.6%를 기록해 5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실적 악화에는 파업과 내수판매 부진, 신흥시장 침체 등 국내외 경영환경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차라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시장에서 약진했으나, 성장세 둔화·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러시아·브라질 등을 비롯해 신흥시장에서 부진한 판매율을 나타냈다.

아울러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며,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생산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태풍 ‘차바’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 결함 은폐 의혹 등 품질 불량 문제로 최근 국토교통부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는 등 각종 악재가 수익 악화로 연결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3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어든 108만4674대에 그쳤다. 해외생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76만6978대를 기록했으나, 내수 13만1242대·국내생산 수출 18만6454대로 각각 19.2%, 24.7%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경영 여건 악화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차는 최근 특단의 조치로 이달부터 51개 계열사 임원 1000여 명의 임금을 10%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도 갤럭시노트7 악재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 사업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27일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액은 47조8200억원, 영업이익은 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51조6800억원보다 7.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7조3900억원 대비 2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당초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발화·리콜로 단종 사태에 접어들며,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IM)은 갤럭시노트7 악재로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 그쳤다. 갤럭시 악재로 인한 리콜과 교환·환불 등에서 발생하는 직접비용 등이 포함된 추정 손실액 3조6000억 원이 3분기에 반영된 결과다.

삼성은 현재 갤럭시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동안 구축해온 ‘기술 삼성’, ‘품질 우선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4분기 실적 전망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직 갤럭시노트7의 정확한 발화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도 향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경제를 이끄는 ‘투톱’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드리운 최악의 위기는 우리경제의 주요지표에도 고스란이 반영되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각각 노조 파업 장기화로 인한 생산 차질과 갤럭시노트7 악재로 인한 파장을 겪는 사이 경제 중추 역할을 하는 제조업 생산은 전분기 대비 -1.0%를 기록해 지난 2009년 이후 7년 6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내수와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는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77조952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1.2%를 기록한 이후 4분기째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러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경제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살길이 막연하다고 그야말로 울상이다. 중소기업들도 만성적인 인력난에 내수부진으로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조선 해운관련 중소협력사들이 무더기로 문을 닫는가 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수출은 장기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투자도 부진하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국내 대표재벌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려움의 속도를 줄이는 완충 역할을 했으나 이 두 재벌그룹이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위기를 맞으면서 우리경제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경기 위기의 실상과 원인을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정말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덜 나오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현 경제팀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경제가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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