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결정 상황서 중국發 '악재' 피하려다 되레 나머지 모델 이미지·신뢰도 먹칠 '자충수'

▲ 중국 사용자가 미국 뉴욕타임즈에 제보한 삼성 갤럭시노트7 발화 영상.(사진=미국 뉴욕타임즈 화면 갈무리)

[러브즈뷰티 안옥희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 내에서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를 숨기기 위한 대가로 중국 사용자에게 900달러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갤럭시노트7 공식 단종 이후 글로벌 교환·환불을 진행하며 사태를 수습 중인 삼성전자가 비상 국면에서 부적절한 대응을 보여줘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즈는 중국에서 일어난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갤럭시노트7 사용자 장 시통(Zhang Sitong)이 기기를 손에 쥐고 친구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던 중 진동과 함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기기를 바닥에 던지고 함께 있던 친구에게 연기가 나는 광경을 촬영하게 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발화 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뉴욕타임즈는 장 시통이 삼성전자 측에 발화사고 사실을 알리자 삼성 관계자들이 찾아와 새로운 갤럭시노트7 무료교체와 함께 발화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900달러(약 100만원)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삼성 측에서 제시한 900달러를 화를 내면서 거절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이 안전하다고 해서 샀는데 이는 기만이며 삼성이 중국 사용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는 중국 기술연구회사 IDC의 연구원 디진의 말을 빌려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가 이미 손상돼 가까운 시일 내 삼성이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처리 과정에서 불명확한 의사소통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이 있다면 사과한다”며,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해외 투자처로 삼성은 중국에 대해 이중 잣대를 쓰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를 숨기려다 실패하자 면피용 해명을 내놨다는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9월 2일 전 세계 10개국에 출하된 갤럭시노트7 250만대에 대해 대대적인 글로벌 리콜을 실시하면서, 중국은 제외시켰다. 중국 물량에는 발화사고로 문제가 된 삼성SDI 배터리가 아닌 중국 ATL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중국에서는 삼성이 중국 소비자들을 차별 대우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와 함께 같은 달 중국에서 판매된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 2건에 대해 삼성이 ‘블랙컨슈머’의 자작극으로 잠정 결론내리고 발표함에 따라 중국 언론·누리꾼들은 ‘삼성이 중국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간다’며, 발끈해 중국 내 삼성에 대한 여론은 더 크게 악화했다.

블랙컨슈머 사태와 차별 대우 논란, 발화사고 입막음을 위한 중국 사용자 매수 시도 등 삼성전자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중국 내에서의 여론 악화에 불을 댕긴 셈이 됐다. 삼성전자는 결국 지난 11일 ‘잠재적 발화 위험’을 이유로 중국에서 판매한 갤럭시노트7 19만984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늑장 리콜’로 이미 돌아선 중국 소비자들과 부정적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삼성의 대응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잇단 발화사고를 일으킨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공식화하고 오는 12월 31일까지 다른 제품으로의 교환·환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교환율은 아직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환율 지연은 삼성이 내건 교환·환불 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이 제시한 교환·환불 정책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추가 보상안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손해배상소송도 준비 중이다. 국내 교환·환불 지연에 따라 추가 발화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 삼성은 교환·환불 촉진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추가보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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